엔드게임 잘 하면 2천만 넘을 거 같기도 합니다.

어제 퇴근 후에 봤습니다.

1열까지 꽉 차더군요. 예매 때는 빈 자리가 있었는데 변두리 동네 멀티플렉스라서 빈자리가 있을 줄 알았더니 예매없이 현장구매로 들어오는 분들 의외로 많더군요.

일단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최근 5년간 본 영화 중 가장 높았습니다. 따지면 보헤미안 랩소디도 같은 수준인데, 그건 뭐 좀 약간 독특한 경우니...

그리고 영화 내용 구성이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만큼 잘 만들었습니다.

제가 어두컴컴한 곳에 약간이라도 뒤통수가 쿠셔닝되면 곯아떨어지는 스타일이라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 영화 평점을 제가 어떤 수준으로 졸았느냐, 혹은 잤느냐로 측정하면 된다는 농담도 있었는데, 한 번 졸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2천만 넘길 거 같다라고 한 이유는,

영화가 다소 불친절합니다. 뭐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죠. 

MCU의 모든 캐릭터가 다 출동하는데 그걸 이 영화에서 다 설명해대자면 3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당연히 그런 과정 없습니다. 

그러니 이 3시간짜리 대단원의 막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전의 MCU 전체를 다 보고 와야 합니다.

MCU를 띄엄띄엄 본 사람이라면 이걸 보면서 이게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 장면이 널렸습니다.

예를 들어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안 본 사람은 틸다 스윈튼이 왜 갑자기 빡빡머리로 등장해서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는지,

토르-라그나로크를 안 본 사람은 왠 돌덩어리와 벌레같이 생긴 놈들이 나와서 헛소리들을 해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기무라 타쿠야가 나오는 '히어로'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거 TV 시리즈(일드) 안 본 사람들은 자거나 짜증내거나 둘 중 하나겠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뭔 얘기인지를 당췌 모르겠다고 치더라도 영화가 재미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을 예습을 시키고, 재관람을 하게 만듭니다.

당장 저도 어제 보고나서 다시 복습을 한 번 더 하고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니 두 번 이상 보는 사람 많을 겁니다.

러닝타임이 긴 데, 여백이 많은 게 아니라 굉장히 압축적으로 긴 영화라서 한 번 봐서는 제대로 입력이 안 된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아재라서 얘기하지만, 진짜 옛날 영화관같았으면 안 나가고 그대로 앉아서 한 번 더 보는 사람들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 저만 하더라도 복습 과정 거친 다음 한 번 더 볼 예정입니다. 그래야 그 수많은 캐릭터들이 쳐대는 드립들을 다 알아들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 크레딧 올라올 때 아마도 카메오 말고는 다시 볼 수 없을 거 같은 이들의 모습과 서명이 나올 때는 뭔가 찡하더군요.

한 시대가 막을 내린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