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영화일 뿐 (스포 포함)

1. 페니(조커 엄마)는 정신병일까, 아니면 조작일까?

조커가 토마스 웨인의 아들이라고 믿는 페니가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일지는 사건 당사자인 토마스 웨인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이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결정적인 장면은 조커가 페니를 죽인 다음, 페니의 젊은시절 사진 뒤에 토마스웨인이 페니보고 사랑한다고 적은 글을 조커가 보고 사진을 구기는 장면입니다. 마치 '아...............' 라고 말하며 내면의 광기가 터지는 모습 같습니다. 감독이 일부러 이 장면을 넣은 의도는 조커는 토마스 웨인의 아들이고, 페니가 엄마라고 말하고자 했던 것이죠. 조커가 페니를 죽일 때 어릴 때의 학대에 대한 상처와 페니가 정신병이라고 믿었다고 하지만, 결국 페니는 진실했습니다.

2. 조커를 제외하고는 평면적인 캐릭터들.

'이 영화는 조커가 어떻게 미쳐가는가?'를 주제로 만든 영화입니다. 일반적인 인간이 아무리 고난과 시련, 절망을 겪는다고 해도 조커처럼 미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넣은 게 '조커는 원래 정신병자였다.'란 설정입니다. 그리고 조커가 여러 시련을 겪는 모습들을 영화의 2/3 가량을 할애해서 보여줍니다. 결국 아서는 조커가 됩니다. 그런데 토마스 웨인이나 페니, 옆집 여자, 친구들, 사장들, 기타 등등 모두 캐릭터가 평면적이다 못해 일차적입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그들입니다. 만화에서 나올 법한 주변 캐릭터들이죠. 또 조커가 지하철에서 3명을 죽이자 시위가 일어나고 머레이를 죽이자 폭동이 일어나 사회가 마비되는 장면도 일반적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이 모든 설정들이 '여기는 고담시고, 이건 DC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커가 시련을 겪은 것은 사회는 부조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매우 무리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빈부격차와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면 안됩니다.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은 만화처럼 평면적이지 않고, 또한 부자라고 해도 다 토마스 웨인같지 않습니다. 또한 치안도 저렇게 형편없이 않고, 지하철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없을 뿐더러 설사 죽였다 하더라도 옹호하고자 시위하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한건 이 영화가 DC이고 그 곳이 암울한 고담시이기 때문입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아킨의 연기는 미쳤다.

이 영화는 호아킨이 진짜.. 제대로 '캐리'합니다. 대사, 몸짓, 뭐.. 하나 버릴게 없을 정도로 표현을 소름돋게 잘합니다. 말도 안되는 설정조차도 호아킨이 하니까 진짜 같고 호아킨에 몰입하니까 조커가 미친 짓을 하는데도 왠지 말이 되는 것 같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 조커의 미친 행동에 같이 미치는 것 같으니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조커가 차 위에서 춤 출 때는 왠지 희열조차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호아킨 없이는 상상조차 안될 정도에요. 심지어 호아킨의 얼굴조차도 왜 이렇게 음울한지.. 원래 이렇게 보였었나요?

4. 조커가 터지는게 늦어서 아쉬운..

앞에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2/3이 조커가 시련을 겪는 과정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객입장에서는 이제 터져서 조커가 되겠지? 하는데 정신차리고 있고, 또 '와.. 이러면 터져야지' 하는데 토마스 웨인한테 가서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고, 아니 폭발할만한데 머레이쇼 출연하는 걸 기대하면서 연습하는 장면을 보고 '영화 시간 다 되가는데 조커는 언제 나와?' 이런 생각까지 들게 만들어요. 끌어도 너무 끌어요. 감독은 아서가 조커가 되는 것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관객은 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칩니다. 사람들에 따라선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서는 1/2만 할애하고 1/2는 조커로 활약하는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서가 조커가 되서 활약할 때가 더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