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 거장의 입으로 듣는 명작 비하인드
[오마이뉴스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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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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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여느 영화제마다 매 시즌 비장의 영화가 있다.
이번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이 영화만 보면 이번 영화제는 만족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노력을 기울인 작품은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이다.
이 영화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호러 영화 <엑소시스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고 영화를 직접 해설하며 흥미를 자아낸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그의 영화 철학은 감성적인 매력을 더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더 O.필립은 영화계 거장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을 분석해 영화를 만든다.
앞서 <싸이코>와 <에일리언>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엑소시스트>를 다룬다.
<컨저링>을 비롯한 수많은 오컬트 호러영화의 원조 격으로 여겨지는 이 작품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혼자 의자에 앉아 설명한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는 마치 연기하듯 분위기를 만드는 목소리를 통해 몰입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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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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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작품은 크게 세 가지 파트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윌리엄 프리드킨이 영화에 발을 들이게 된 과정이다.
처음 극장에서 캐리 그랜트 주연의 <논 벗 더 론리 하트>를 본 그는 영화의 세계에 매료됐다.
커다란 스크린은 그에게 신세계였다. 이날 이후 그는 영화계에서 일하기를 꿈꾸게 된다.
감독에의 꿈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준 영화는 오슨 웰즈가 배우이자 연출로 활약한 작품 <시민 케인>이다.
수많은 영화 잡지 평론가들이 베스트 영화 1위로 꼽는 이 작품은 촬영과 미장센, 각본, 사운드, 연기, 특수효과 등 모든 측면에서 혁신적인 스타일로 칭송받는다.
이 완벽함은 동경을 품게 만든다.
나도 저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품은 윌리엄 프리드킨은 경이로운 영화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그리고 두 번째 파트로 작품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엑소시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 작품은 운명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원작은 스탠리 큐브릭, 마이크 니콜스와 같은 거장 감독들에게 먼저 제안됐지만 그들은 모두 거절했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기 쉽지 않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소설을 읽는 순간, 그 장면이 머릿속에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자신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그는 마치 운명과도 같았던 우연의 순간들을 말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카라스 신부 역으로 제이슨 밀러를 캐스팅했던 일이다.
원래 이 역할에는 배우 스테이시 키치가 캐스팅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이슨 밀러의 연극을 보러 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그의 연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의 프로젝트를 들은 제이슨은 <엑소시스트>를 읽은 후 전화를 걸어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카라스 신부 역은 꼭 자신이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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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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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이미 캐스팅이 끝난 역할을 고집하니 당시 윌리엄 감독은 화를 냈다.
하지만 신학 대학을 다니던 중 신앙심에 의문을 품고 그 길을 포기한 제이슨 밀러는 카라스 신부의 역할이 자신과 맞아 떨어진다고 여겼다.
이에 감독은 그를 불러 카메라 연기를 시켰다.
당시 감독은 이 테이프를 찍어 제이슨에게 주고 돌려보낼 생각이었다고 한다.
당신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헛고생을 했는지 인식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카메라로 찍은 그의 연기를 본 순간, 감독의 마음은 바뀐다.
제이슨은 그의 말대로 완벽한 카라스 신부였기 때문이다.
감독은 영화사를 찾아가 캐스팅 교체를 제안했고 영화사는 출연료 전액을 물어주며 배역을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했다.
감독은 그 순간을 우연같은 운명이라 표현한다.
<엑소시스트>를 준비할 때 제이슨이 나오는 연극을 봤고, 그가 소설을 읽고 역할을 원했다.
마치 운명처럼 이뤄질 일이었다고 감독은 회상한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제작 비하인드부터 음악, 미술까지 박학다식한 지식 만큼이나 많은 분야에 걸쳐 작품을 구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 하이라이트는 결말 부분이다.
그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 결말은 작품을 쓴 블래티가 생각한 결말이고, 여전히 많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준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은 그 선택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어서, 블래티의 생각대로 따랐지만 결말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세 번째 파트가 진행된다.
보통 명작 영화를 설명하는 다큐멘터리의 경우 그 작품의 제작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설명하는 데서 그친다.
영화 자체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직접 <엑소시스트>에 대한 감상을 더한다.
그는 앞서 <엑소시스트>의 상징적 의미를 해석한 수많은 리뷰 글을 읽었다며 자신이 불만을 지닌 결말부에 대한 해석도 이해할 수 있게 올려달라는 유머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엑소시스트>에 느낀 감정을 일본 교토를 방문했을 때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곳에서 그는 사람들이 유명하다고 말한 모래정원을 찾아간다.
모래에 바위로 이뤄진 이 풍경은 처음에는 아무 감흥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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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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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하지만 떨어진 바위 하나하나는 원래 하나였다가 떨어진 대륙을 의미하고, 이 대륙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점을 인간에 빗대어 생각했을 때, 인간은 본래 태어난 순간부터 혼자였다는 외로운 깨달음을 감독은 얻게 된다.
그 순간부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엑소시스트> 역시 이 외로움과 연관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악령에게 지배당하는 소녀 레건도, 악령과 싸우는 신부 카라스도 모두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슬픔을 지니고 있다.
레건에게는 부모의 이혼이, 카라스에게는 어머니의 죽음이 그러한 슬픔이다. 주변에 가족과 동료가 있지만, 그 슬픔을 온전히 공유하고 나눌 수 없다.
때문에 그들은 홀로 악령과 마주하게 된다. 다른 이들이 이 영화의 공포에 집중했을 때, 감독은 슬픔을 본 것이다.
그는 남들과는 다른 시점으로 원작을 바라봤기 때문에 운명과도 같이 이 작품을 만났다.
그 고독한 슬픔이 오컬트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는 감독의 입으로 직접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그 감상과 해석까지 곁들어진 만큼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봐야할 명작 <엑소시스트>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를 자극할 것이다.
영화제 방문이 예정되었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코로나19로 인해 방문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의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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