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영화수입사들 OTT에 서비스 중단, 콘텐츠 정산 방식 논란 확산하나? .JPG

샌프란시스코 2020-08-05 (수) 18:49 조회 : 1335 추천 : 6

수입배급사협회, 왓챠·웨이브서 1천여편 상영 중단
“전체 관람 건수 대비 비율 정산 방식은 불공정…
공짜 콘텐츠 인식 퍼지면 영화 생태계 와해” 주장
이달 안 대규모 공청회 예정…대타협 여지 남아 국내 오티티 서비스 왓챠. 스마트폰 화면 갈무리 영화 수입사들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 )의 정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격히 떠오른 국내 오티티 업체의 정산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계 전체로 번질지 주목된다.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지난달 ‘변화하는 한국 영화시장의 독자적 브이오디( VOD ) 생존방법, 브이오디 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대처 방안’이라는 제목의 공청회를 열어 왓챠,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오티티에서의 영화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13개 회원사가 제공한 영화 1000여편이 순차적으로 국내 오티티에서 빠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왓챠의 경우, 전체 8만여편 중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제공 영화는 400여편 정도고, 이 가운데 현재 250여편의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왓챠 관계자는 “서비스 중단 영화 가운데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아 당장 이용에 큰 차질을 빚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지난달 공청회를 열고 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제공 영화 수입사들이 서비스 중단에 나선 이유는 국내 오티티의 관람료 정산 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오티티는 이용자가 구독료로 월정액을 내고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 관람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왓챠 등은 구독료 수익 안에서 영화, 티브이 드라마·예능 등 전체 영상 콘텐츠 관람 건수의 비율을 따져 관람료를 정산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경우, 돈을 주고 아예 영화 판권을 사는 형태로 계약한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쪽은 “티브이 드라마나 예능은 러닝타임이 보통 1시간 이하이고 전편을 관람하기 위해 여러 회차를 봐야 하지만, 영화는 한번에 2시간 관람으로 끝나기 때문에 전체 관람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 정산 방식은 영화 콘텐츠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피티브이( IPTV )에서 영화 한편당 결제금액이 3천원이라면, 국내 오티티에선 편당 관람료가 100원도 채 안 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국내 오티티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영화 <헝거게임> 포스터. 이들은 월정액 중심의 오티티가 디지털 유통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경우 영화 부가서비스 시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화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영화관 매출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가뜩이나 줄어든 상황에서 나머지 30%를 차지하는 부가서비스 매출마저 감소하면 영화 수입사들이 도산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영화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심하게 말하자면 과거 웹하드 등으로 영화 파일이 불법 유통되던 시절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값싼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하던 불법 웹하드로 인해 당시 부가서비스 시장의 주류였던 비디오 시장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플랫폼 위주로 시장이 흐르면서 콘텐츠가 저가로 공급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일본처럼 영화산업의 생태계 전체가 와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국내 오티티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영화 <미드소마> 포스터. 일부 한국영화 배급·유통사들과 중소 독립영화 제작사 등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희준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영화 디지털유통업체 쪽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정산 방식 논란이 한국영화 쪽으로도 번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 한국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수입사들이 왜 이런 문제를 제기했는지 이해한다”며 “다만 한국영화 쪽은 업체마다 계약과 이해관계가 조금씩 달라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오티티 쪽은 당혹감 속에 대책을 고심 중이다. 왓챠 관계자는 “콘텐츠 정산 방식은 협상으로 정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개선 요청 없이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해 당혹스럽다. 영화 수입사들이 요율 인상을 요구한다 해도 전체 구독료 매출이 올라가지 않는 한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우리는 월정액과 단건 판매 모두 가능한 서비스다. 월정액이 싫으면 단건 판매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국내 오티티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영화 <유전> 포스터.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는 듯하지만, 대화의 여지는 있다. 손희준 사무국장은 “오티티가 대세가 되는 흐름은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상생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이달 안에 영화 제작사·배급사·수입사·디지털유통사·플랫폼사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청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왓챠와 웨이브 쪽도 필요하면 언제든 대화할 뜻이 있음을 밝혀 대타협이 이뤄질지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