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 (1982)

아래에 영화 정복자 펠레에 관한 글을 보고는 비슷한 시기에 봤던

터키 영화 욜이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뒤져 연휴에 봤습니다

( 이 두 영화 모두 제가 대학 1학년 때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

근데 검색을 해보니 욜이 훨씬 전에 만들어졌는데 5공 군사정권 시절 

상영이 금지되어 6공 들어오고 나서 해금이 되어 개봉할 수 있었다는군요

82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란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그리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실종이라는 영화와 공동 수상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80년대 초반 당시 한국 터키 그리스 세 나라가  비슷한 정치 상황이었을텐데

이젠 눈부시게 민주주의와 문화가 꽃 핀 지금의 한국을 보니

새삼스레 우리나라가 대단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니까 예전에 놓쳤던 것이 무지 많았네요

예전에 극장에서 볼 땐 터키 상황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쿠르드 족에 대한 건 아예 몰랐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기억나는 큰 이야기 흐름 말고는 거의 영화를 새로 보는 느낌입니다

이야기는 80년대 초 군부 지배하의 터키 감옥에서 일주일 가출옥을

허가 받은 다섯명의 죄수 (그 중 한명이 쿠르드족입니다)가 가출옥 기간동안 

바깥세상에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상은 정말 한국의 70년대 영화와 같고 이야기 전개는 그리 특별한 게 없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이 참 현실적이고 암울해서 차라리 이들이 아무  소식 없이 

그냥 감옥에서 지냈던 것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 제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서면서 이런게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