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사라진다"... 최근 30년간 전 세계 곤충 개체수 25% 감소

최근 30년간 전 세계에서 육지 서식 곤충류의 개체 수가 4분의 1 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통합생물학센터 곤충학자 로엘 반 클링크 등 연구자들은 이날자 ‘사이언스’에 한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이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벌처럼 식량 공급에 결정적인 수분(受粉)을 하는 곤충부터 환경 미관을 좋게 하는 나비류까지 육지 서식 곤충류 개체가 매년 1%에 약간 못 미치는 비율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연합뉴스
반 클링크는 "이른바 곤충의 종말을 예견한 일부 지역 연구에 비하면 작은 수의 개체 수 감소이지만, 여전히 심각한 경고를 울리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나비류 전문가 닉 하다드는 "육상에서 곤충류 개체 감소 경향은 입이 쩍 벌어지는 수준"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감소 추이는 생태계와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다드는 "곤충은 수분 중개자이자 해충의 천적이고 자연의 분해자로서 모든 지구 생태계의 기능에 결정적"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곤충 개체 감소는 북미, 특히 미국 중서부 지방과 일부 유럽 지역에서 급격하게 이뤄졌다. 이번 연구는 1676개 지역에 걸쳐 1만 종의 곤충을 관찰한 기록이다.

미 중서부에서는 곤충 개체 수가 한 해 4%씩 감소했다. 그런 큰 폭의 감소는 급격한 도시화와 작물 재배지 개간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곤충들이 식량과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델라웨어대 곤충학자 더글러스 탤러미는 "과거 미 중서부 지역을 차로 몰고 가다 보면 마주치는 수많은 나비류와 다른 곤충을 지금은 만나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이자 30년간 나비류를 추적해온 시민 과학자 앤 스웽겔은 "수십년 전 위스콘신주를 차로 누비고 다닐 때 주변에 온통 남방노랑나비떼를 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쯤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장소와 장소, 10년 단위의 연대를 옮겨가며 곤충류 개체를 들여다본 것이다.

코네티컷대 곤충 전문가 데이브 웽거는 "곤충류에 작용하는 하나의 스트레스 인자나 스트레스를 주는 지구적 현상을 과학자들에게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는 일들이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외부 학자들은 이번 연구에 열대와 아프리카 같은 광범위한 지역의 데이터가 빠진 것을 지적했다.

논문 저자 반 클링크는 "기후변화와 곤충 개체 감소의 연계성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도 "곤충이 먹고 사는 지역의 가파른 도시화, 잡초류·화초류 제거를 통한 작물 지대 확충이 매우 중요한 주제라는 점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한편 육상 곤충류는 줄어들지만, 하루살이, 잠자리, 모기류 같은 담수 서식 곤충류의 수는 매년 1%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담수 곤충류는 전체 곤충류에서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경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