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코로나19에 각광받는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1960년대 GM 위험한 작업 투입 산업용 로봇 시초
딥러닝 기반 AI 두뇌 장착 ‘물리세계’ 이해하기 시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세계 각국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원격·비대면 서비스 수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한 시장조사업체는 글로벌 로봇시장이 해마다 26%씩 성장해 2025년에는 현재 스마트폰시장의 절반이 넘는 3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검증하게 된 비대면 일 처리의 효율성이 부각되면서 제조 현장에서 서비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로봇 사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산업용 로봇의 패러다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경 폐쇄와 교역 중단으로 인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리쇼어링(본국회귀)을 늘리고 있다. 자국의 높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산업용 로봇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글 프로젝트X의 분리수거 로봇. /구글 제공
산업용 로봇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아주 오래전인 1960년대. 최초의 산업용 로봇은 1961년 미국 GM 공장에서 사용된 다이캐스팅(Die Casting·금형 틀에 용융금속을 넣어 금형 틀과 동일한 주물을 얻는 주조법)에 투입됐다. 사람이 하기에 위험한 작업을 기계가 대신했던 셈이다. 이후 산업용 로봇은 점점 정교함과 기술 수준을 높이며 인간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그 결과 로봇은 다이캐스팅이나 용접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부품을 들어 올리고 운반하는 작업까지 사용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로봇의 지능화도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산업용로봇은 프로그래밍으로 사전에 정해진 동작을 충실히 재현하는 형태로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크기의 물건을 처리했다. 반면 정형화되어 있지 않는 대상에 대한 구분·분류·피킹((picking, 선반 등에서 물건을 끄집어 냄) 등의 작업은 대상물의 형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실상 프로그래밍이 불가능했다.

이제는 산업용로봇이 딥러닝(심층학습)을 통해 인간처럼 사물을 인식하여 다음 동작을 판단하는 단계까지 진화됨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해졌다. 가령 지난해 4월 4월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세탁물을 개거나, 커피를 타는 등 일상생활에서 복잡한 일을 실행하는 딥러닝(심층학습)을 활용한 범용형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s)인 ‘블루(Blue)’를 개발하기도 했다.

구글이 꽁꽁 숨겨온 첨단 연구개발 조직인 알파벳 엑스의 프로젝트도 IT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아직 초기형태에 불과한 로봇이지만 현재 구글은 AI 이미지 분석을 통해 정확하게 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업무를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해내고 있다. 현재 이 분리수거 로봇의 정확도는 95% 수준으로, 사람들의 분리수거 실수율이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효용성이 높다.

무엇보다 괄목할만한 성과는 로봇이 물리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령 구글 로보틱스가 연구개발 중인 토싱봇(Tossing Bot)의 경우 사물을 움켜쥐고 정확한 위치에 사물을 던질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토싱봇의 핵심 요소는 기본적인 물리학과 딥러닝을 통합해 던지는 법을 배운다는 점과 학습이 빠르고 배운 것을 일반화해 새로운 시나리오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던지기의 경우 물리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이전 모델을 통해 초기 조종 장치를 제작해 어느 정도 속도로 던져야 하는지 예측한다. 스스로 배우며 진화한다는 얘기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지난해 경기도 분당구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로봇팔 앰비덱스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조선DB
국내 로봇 공학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네이버랩스의 경우 로봇의 일상적 사용을 위해 가장 난제로 꼽히던 힘조절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기존 로봇들의 경우 힘제어가 아니라 위치제어 기반의 동작을 수행한다. 가령 전원 버튼을 누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로봇은 버튼의 위치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버튼을 누르는 동작 역시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계산이 조금만 틀려도 버튼이 아닌 다른 것을 건드리거나 버튼을 부서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의 힘조절이 가능해진다면 실제 사람처럼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로봇이 버튼이 있는 곳에 일정한 힘을 가하다가 버튼이 눌러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곧바로 힘을 빼거나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바꿀 수도 있다. 이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물리 세계의 조건에 순응(compliance)하며 동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지난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 내에 로봇이 집 안에서 사람과 직접 공존하는 형태의 삶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석 대표는 "로봇이 사람들과 함께 놀아주거나 레슬링을 하는 등 지금 시각에서는 위험하다고 보여지는 일들, 사람과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로봇 기술을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혁신하고 가격을 낮춰 로봇 시대가 빨리 오게 만드는 것이 네이버랩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