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태양' 만들 조립장비 국내서 개발 끝

프랑스에서 건설중인  ITER. / 핵융합연

‘인공(人工) 태양’을 조립할 스패너와 펜치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의 부품 조립에 필요한 장비 개발이 국내에서 완료됐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소는  ITER  조립 장비의 주요 핵심 부품 2개의 검증 시험까지 마치고 지난 28일  ITER  건설지인 프랑스로 보냈다. 한국은 2017년부터 개발한 조립 장비의 주요 부품들을  ITER  건설지로 운송해왔다. 이번 부품을 마지막으로 2009년부터 시작된 조립 장비 개발이 모두 끝났다. 이제  ITER  장치의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될 예정이다.

ITER 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한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 R&D ) 프로젝트다.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 EU ), 미국·일본·러시아·중국·인도 등 7국이 참여하고 있다. 각국에서 만든 부품을 프랑스 카다라시의  ITER  건설지에서 조립해 2025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한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하면서 감소하는 질량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모방해 인공 태양이라고 불린다. 바닷물에서 연료(중수소)를 무한히 얻을 수 있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발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섹터부 조립 장비 ./ 핵융합연

인공 태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립 장비가 필요하다. 조립 장비는  ITER  장치 조달품 중에서 설계와 제작이 가장 까다롭다. 조립 장비 설계와 제작은 한국이 주도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은 2010년부터 국내 업체인 ㈜ SFA , ㈜유진엠에스, 일진기계㈜와 함께 128종 장비 중 44종을 국내에서 제작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 남경오 팀장은 “국내에서 만든 44종이 제작 비용과 중요도의 90%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핵융합연구소는 이번에 조립 장비 중 마지막으로 섹터인양장비와 자석인양프레임을 프랑스에 보냈다.

태양보다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한다. 태양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1500만도 환경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난다. 플라스마는 태양처럼 고온·고압 환경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노는 상태이다. 초고온 플라스마가 벽에 바로 닿으면 장치가 녹아버린다. 이를 막기 위해 진공 용기 벽 안에 영하 269도의 초전도 자석을 넣어 플라스마를 밀어낸다.

국내에서 제작한 핵심 조립 장비는 5개이다. 직립화 장비는  ITER  건설지에 도착한 진공 용기, 초전도자석 등 대형 부품을 세운다. 이후 섹터부 조립 장비가 원형 진공 용기를 40도씩 나눈 9개의 섹터를 각각 조립한다. 섹터 바깥쪽에 열차폐체와 초전도자석 2개씩을 끼워 넣는다. 한 섹터의 무게는 1250t에 달한다. 비행기보다 큰 부품들을 조립하지만 1㎜ 이내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섹터 인양장비는 각각의 섹터를 도넛 모양의 토카막 장치로 옮긴다. 섹터 인양장비는 실제 하중 대비 1.5배 이상인 2000t의 하중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섹터6 ./ 핵융합연

진공 용기를 이루는 9개 섹터를 이어 붙이면 도넛 모양이 된다. 높이 13.8m, 지름 19.4m에 달한다. 중앙지지 구조물은 9개 섹터를 도넛 모양으로 연결하기 위해 중심에서 섹터들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중앙지지 구조물은 전체 9개 섹터의 무게인 1만1250t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석인양프레임을 이용해  ITER  장치 중앙에 들어가는 초전도자석을 넣어준다.

조립 장비가 모두 준비되면서 부품 개발도 속도가 붙었다. 현대중공업은 진공 용기 9개 섹터 중 4개를 맡았다. 나머지 5개는  EU 가 제작한다. 현대중공업은 진공 용기 조립 설치의 기준점이 되는 6번 섹터를 최근 완성했다. 이 섹터 6번은 이번에 조립 장비들과 함께 28일 프랑스로 운송됐다. 국내 연구진은 나머지 3개 섹터를 2023년까지 매년 1개씩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