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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글쓴이 : 포이에마 날짜 : 2020-01-21 (화) 14:28 조회 : 477 추천 : 3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 여성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우한발 비행기 입국자들의 발열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박쥐 사스-유사 코로나바이러스의 만연과 엄청난 유전적 다양성이라는 조건에서 이들이 서로 가까이 존재하면서 수시로 게놈을 재조합하는 걸 고려할 때, 미래에 (사람에 감염할) 새로운 변종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 취지에 외,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2019년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말이 씨가 된다” “입방정 좀 떨지 마라”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예상을 할 때 어른들한테 듣는 말이다. 그런데 중국의 두 과학자가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말이 씨가 되는 언급'을 했다. 바로 위의 인용구다. 이 발언이 있고 9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소위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논문의 언급을 ‘입방정’이라고 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두 과학자의 소속이 바로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라면 어떨까.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는 2002~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곳이다. 그 넓은 중국 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신을 박멸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우한을 정면 공격했다는 건 물론 우연이겠지만 거의 로또 1등 당첨 수준 아닐까.

이런 말장난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우한폐렴 사태는 꽤 심각해 보인다. 중국 당국의 고질적인 ‘정보 폐쇄’ 정책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지난 주말부터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외국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제2의 사스’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한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별로 없다. 환자 다섯 명의 분비물에서 얻은 바이러스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6종 가운데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가깝다는 것 정도다.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세 번째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과 진화를 들여다보자.

코로나바이러스의 계보로 알파, 베타, 감마, 베타 4가지 속으로 나뉘고 알파는 1a와 1b, 베타는 2a, 2b, 2c, 2d형으로 세분된다. 우한폐렴을 일으키는 신종이 발견되면서 사람에 감염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7종이 됐다. 저병원성은 노란색 밑줄로 고병원성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제공 1967년 처음 존재 알려져

1967년 영국 솔즈베리 소재 감기연구소는 환자들의 비강 분비물을 얻어 원인 바이러스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흔히 감기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리노바이러스가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의 존재가 드러났다.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들의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보인다고 해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두 종으로, 각각 OC43과 229E로 불린다. 그 뒤 가축에 감염해 꽤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도 여럿 발견됐지만 35년 동안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위의 두 종이 전부였다. 전체 감기의 10~15%가 이들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일 정도로 전염성이 높지만 저병원성이므로 이들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러스학자는 거의 없었다. 필자도 3주 전 감기에 걸려 보름 정도 약간의 불편함을 겪었는데(주로 코를 푸느라)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2002~2003년 중국에서 심각한 호흡기질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해 여러 나라로 퍼지며 8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800여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병원체인 코로나바이러스가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바이러스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주목하면서 2004년과 2005년 연달아 두 종이 새로 발견됐다. 네덜란드에서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생후 7개월된 아기의 분비물에서 분리한 NL63과 홍콩의 노인 폐렴환자의 분비물에서 확인한 HKU1이다. 이 두 종은 그다지 위협적인 병원체는 아니다.

그런데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하면서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186명의 환자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난해 말 역시 고병원성으로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잠잠하게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왜 2000년대 들어 갑자기 사람들을 향해 비수를 들이대는 걸까.

사람에 감염하는 코로나바이러스 6종과 각각의 자연숙주와 중간숙주를 나타낸 그림이다. 4종은 박쥐가 자연숙주이고 2종은 설치류가 자연숙주이다. 맨 아래는 2016~17년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해 치사율 90%를 보인 돼지급성설사증후군을 일으킨 알파코로나바이러스로 아직 사람은 감염시킬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장담할 수 없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제공 100여 년 전부터 사람 감염 확인

사스 사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많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의 계보를 살펴보자.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은 DNA이중가닥이 아니라 약 3만 염기 길이의 RNA단일가닥으로 이뤄져 있다.

많은 동물의 시료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았고 이들의 게놈서열을 비교한 결과 네 속(屬)으로 분류했다. 알파코로나바이러스, 베타코로나바이러스, 감마코로나바이러스, 델타코로나바이러스다. 알파는 다시 1a형과 1b형으로 나뉘고 베타는 2a, 2b, 2c, 2d형으로 나뉜다.

사람에 감염하는 7종 가운데 2종(229E와 NL63)은 알파 1b형이고 나머지 5종은 베타로 이 가운데 2a가 2종(OC43과 HKU1)이고 2b가 2종(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c가 1종(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이다.

다양한 야생 동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여부을 조사한 결과 알파와 베타는 박쥐가 자연 숙주이고 감마와 델타는 주로 조류가 숙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이 감염되는 알파와 베타는 결국 박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흥미롭게도 2000년대 들어 발생한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감기를 일으키는 저병원성 바이러스조차도 사람에 감염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OC43의 경우 소에 감염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게놈서열이 꽤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를 토대로 추측한 결과 1890년 무렵에 둘이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것으로 나왔다. 사람이 OC43에 감염돼 감기에 걸리기 시작한 게 100여 년 전이라는 말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게 1986년 무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사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2002년 사람으로 건너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5개 시료에서 얻은 게놈을 분석한 결과 이와 비슷한 서열을 지닌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간 매개체가 어떤 동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쥐가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박쥐에서 직접 감염됐을 수도 있다.

우한폐렴 환자 5명의 분비물에서 얻은 바이러스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오른쪽 아래 빨간점 5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친척인 신종으로 밝혀졌다. 한편 박쥐에서 얻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가까운 2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중간숙주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박쥐에서 직접 옮겨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extstrain 제공 독감보다 심각할 수도

리뷰 논문은 사스와 메르스를 일으킨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사람에 감염하는 능력을 획득했고 고병원성을 유발하게 진화했는가를 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 변화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좀 섬뜩하다.

예를 들어 베타 2b형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반면 베타 2a형인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다양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타 2b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ACE2 단백질을 인식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인체 감염성이 크게 늘어난 것은 바이러스 S단백질에서 이를 인식하는 부분의 돌연변이가 일어나 결합력이 높아진 결과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만일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는 저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 수준의 감염성을 갖게 진화한다면 독감 판데믹을 넘어서는 지구촌 차원의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한폐렴이 사스나 메르스 수준으로 사태가 봉합된다고 해도 인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 곳곳, 특히 중국 남부에 서식하는 박쥐의 몸 안에 몇 군데만 변이를 일으키면 언제든지 사람에 감염할 수 있는 ‘준비된’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득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쥐를 멸종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병원체 개념을 몰랐던 시절 사람들은 감기와는 증상이 꽤 다른 호흡기질환에 인플루엔자 또는 독감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1930년대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병원체는 자연스럽게 인플루엔자(독감)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반면 생김새로 이름을 얻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심각한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태가 날 때마다 사스니 메르스니 우한폐렴이니 병명이 하나씩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수년 주기로 이런 일이 반복될 텐데 매번 새로운 병명을 짓는 것도 번거롭고 사람들도 헷갈리지 않을까.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중증 호흡기질환에 ‘코로나’란 이름을 붙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어야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위 녹색)과 결합할 수 있게 진화했고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세포 표면의 DPP4 단백질(아래 녹색)을 인식할 수 있게 진화했다. 수백만 년 전부터 박쥐 몸 안에 살며 끊임없는 돌연변이와 수많은 재조합 실험을 거듭한 끝에 코로나바이러스는 100여 년 전부터 사람에 침투할 수 있는 비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다.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email protected]).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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