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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도난당한 유품, 36년만에 발견

 
글쓴이 : 포이에마 날짜 : 2020-01-24 (금) 13:49 조회 : 1602 추천 : 6  

천재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은 지난해 7월 영국은행에서 발행하는 50파운드 지폐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은행 제공 천재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의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박사 학위장과 대영제국훈장 메달 등 유품 256점이 미국 콜로라도주 한 가정집의 욕실 벽장 속에서 발견됐다. 이 물품들은 36년 전 영국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콜로라도 지역 매체들과 영국 가디언 등은 미국 정부가 이달 17일 제출한 콜로라도 지방 법원 문서를 인용해 앨런 튜링의 유품이 도난된 지 36년 만에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무더기로 발견됐고 미국 정부 당국이 이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앨런 튜링은 영국의 수학자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기계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장치를 만들어 연합국의 승전을 앞당긴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 컴퓨터의 모체인 알고리즘을 사용해 계산하는 '튜링기계'와 인공지능(AI)과 기계를 구분하는 '튜링 테스트' 등을 고안해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그의 말년은 불행했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당시 동성애가 불법이던 영국에서 1951년 체포돼 화학적 거세형을 받은 후 1954년 41세를 일기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의 동성애 처벌법은 1967년 폐지됐다. 2009년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201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앨런 튜링을 공식 사면했다. 지난해 7월에는 영국의 50 파운드 지폐 모델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이번에 발견된 앨런 튜링의 물품들은 사라진 지 36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앨런 튜링의 어머니는 1965년부터 1967년 동안 앨런 튜링이 13세부터 18세까지 다녔던 영국의 명문 기숙 사립학교 셔본스쿨에 수백 점에 달하는 앨런 튜링의 유품들을 기증했다. 하지만 1984년 물품 중 상당수를 도난당했다.

물품의 행방은 2018년 1월 콜로라도주의 한 여성이 볼더 콜로라도대에 튜링의 기록물을 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갑작스레 드러났다. 줄리아 매시슨 튜링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자신이 앨런 튜링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전시를 위해 물픔을 빌려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콜로라도대 측은 앨런 튜링이 동성애자였던 만큼 자녀가 있을 리 없고, 앨런 튜링의 어머니가 기증 당시 작성한 기증 목록 등과 대조해 도난 물품임을 의심하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요원들은 2018년 2월 16일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물품 압류를 위해 줄리아 튜링의 집을 수색했다. 의심 목록을 토대로 수색한 결과 옷장 속 검은 상자에선 대영제국훈장 메달 수 개가 발견됐다. 옷장 뒤에는 앨런 튜링이 1938년 받은 프린스턴대 수학 박사 학위증이 감춰져 있었다. 또 집안 곳곳에서 앨런 튜링의 사진이 발견됐다.

첫 조사에선 목록에 담겼던 물품 중 상당수가 발견되지 않았다. 요원들이 의심 목록에 담긴 다른 물품의 행방을 물었을 때 그녀는 수색으로 빈 상자 속을 쳐다보면서도 1층 욕실 쪽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요원들은 이를 의심하고 그녀를 집 밖으로 보낸 후 욕실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욕실 벽 중에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확인했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아래의 빈 공간이 욕실 벽 뒤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공간에서는 오래된 가죽 가방과 ‘앨런 튜링의 사진’이라고 적힌 CD, 수첩 등이 발견됐다. 가방 속에는 앨런 튜링이 1946년 2차세계대전에 관한 공로로 받은 대영제국훈장 메달 진품과 당시 영국 국왕이던 조지 6세의 대영제국훈장 수여에 관한 서한이 발견됐다. 앨런 튜링이 셔본스쿨 시절 작성한 리포트 여러 장과 성적표, 그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 원본 등이 발견됐다.

이 물품들은 줄리아 튜링이 셔본스쿨에 보관돼 있던 것을 훔쳐온 것으로 추정된다. 줄리아 튜링은 1984년 앨런 튜링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며 영국을 방문하고 셔본스쿨과 앨런 튜링이 다녔던 케임브리지대, 컴퓨터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한 맨체스터대 등을 들렸다. 이중 셔본스쿨 튜링 기록보관소에서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물품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물품이 있던 곳에 “이 물건들을 가져가는 것을 용서해 달라”며 “물건들은 내 손 안에서 더 나은 보호를 받을 것이며 언젠가는 이 자리에 돌아올 것”이라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 행위는 앨런 튜링에 대한 이상한 집착의 결과로 풀이된다. 줄리아 튜링은 과거엔 줄리아 앤 슈윙해머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1988년 개명했다. 1984년에 영국을 방문했던 당시도 ‘줄리아 슈잉홈즈’라는 슈윙해머의 오기로 보이는 이름을 방명록에 적었다. 미국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앨런 튜링의 딸이라는 주장을 지속해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조사 과정에서 “앨런 튜링의 학위증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그것은 내 삶의 전부”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물품의 가치는 3만 7775 달러(약 4400만 원)다. 하지만 높은 기록적 가치를 지닌 만큼 실제 값어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앨런 튜링이 1942년 독일의 에니그마 암호 해독에 몰두할 당시 기록한 56쪽 분량 친필 노트는 2015년 미국 뉴욕 본햄 경매에서 102만 5000달러(약 12억 원)에 팔렸다. 2016년엔 앨런 튜링의 서명이 담긴 편지가 13만 6122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연방정부가 이 물품들이 국외로부터 밀반입된 밀수품인 것을 확인하고 몰수하기 위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압수수색을 거친지 2년이 지나서야 공개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 국토안보부가 물품을 콜로라도 덴버로 가져가 조사 중으로 조사가 끝나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품이 원래 보관돼 있던 셔본스쿨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으나 셔본스쿨 측은 영국 매체 ‘더 레지스터’에 “이번 사건은 미국 당국의 적절한 조치 하에 다뤄지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조승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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