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되면 코로나 종식` 낙관 지나쳐…`세계 70% 감염` 최악에 대비해야

`코로나 치료제` 개발중인 제이컵 글랜빌 박사

美감염자 얼마나 되는지 걱정
한국 빠른검사로 찾아내 다행

4월 코로나 항체 찾아낸다면
8~9월 치료제 생산 가능할것

◆ 코로나 공포 ◆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디스트리뷰티드 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제이컵 그랜빌 박사.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 "여름이 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향후 12개월 동안 감염이 지속될 수 있고, 세계 인구의 70%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디스트리뷰티드 바이오' 창업자인 제이컵 글랜빌 박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20년 전 발생한 사스 바이러스 항체를 진화시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는 항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글랜빌 박사는 "미국에서 얼마나 감염이 확산됐는지 알 수 없는 게 걱정"이라며 "한국은 한꺼번에 수만 명을 검사할 수 있지만 미국은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 감염자가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오히려 나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초기에 감염자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려고 노력한 것이 매우 잘한 대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사망률이 2~3%대인데 한국은 1% 미만"이라며 "적극적인 테스트로 인해 확진자가 많아진 효과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 그는 "현재 치료제가 항바이러스제, 항체솔루션, 백신 등 세 가지 형태로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중 항바이러스제는 에이즈, 에볼라, 말라리아 등과 같은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개발됐던 기존 알약을 코로나19 치료약으로 쓰는 경우다. 이미 중국 등에서 테스트하고 있어 이르면 4월께 효과가 입증된 것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항바이러스제 효과가 미미하다면 그다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항체솔루션이다. 글랜빌 박사가 창업한 디스트리뷰티드 바이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게 바로 항체솔루션이다. 그는 "20년 전 유행했던 코로나바이러스 사촌인 사스바이러스에 맞는 항체 종류 5가지를 뽑은 다음, 이들을 각기 10억개의 서로 다른 형태로 변이시켜 코로나바이러스에 달라붙을 수 있는 항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하나라도 코로나19에 치료 효과가 있는 변이된 항체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이를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글랜빌 박사는 "4월 6일까지 항체를 찾아내면 8~9월에는 대량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이 있는 치료제는 백신이다. 다만 백신은 개발까지 18개월이 걸리고, 잘못 개발하면 바이러스를 더 나쁜 방향으로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효과를 100% 신뢰해야만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랜빌 박사는 미국 정부가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는 데 대해 "만일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10명만 있다면 그 사람들 때문에 3억3000만명이 모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하지만 환자 1000만명이 돌아다닌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며 "미국 정부에서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하는 이유는 급격한 패닉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글랜빌 박사는 UC버클리대에서 유전자유전체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응용 시스템 면역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대형 제약회사인 화이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바이오회사를 창업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