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계, 민원기 차관에게 "도매대가 산정 앞당겨달라" 요구

정부 요금인하 압박후 출시한 유사보편요금제로 알뜰폰 초유의 위기
KT 와 LG 유플러스 자회사 알뜰폰 공세적 영업으로 알뜰폰 위기 가중
도매대가 산정 앞당기고 데이터 다량구매 허용 요구도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22일 알뜰폰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애로 사항을 들었다.

알뜰폰은 지난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하에 성장해 2017년 말 750만 명의 가입자와 점유율 12%에 도달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통3사 요금인하 압박 이후 SK 텔레콤· KT · LG 유플러스가 유사 보편요금제를 출시하자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번호이동 시장에서 알뜰폰 가입자 10만 명이 이통3사로 이탈한 것이다.

선불과 IoT 를 제외한 알뜰통신 후불가입자는9월 가입자(357만)가 1월 가입자(360만)보다 3만 명 적은 상태다.

2018년 5월 KT 를 시작으로 SK 텔레콤(7월), LG 유플러스(8월)는 3만원 후반대인 기존 서비스 요금을 3만3천원으로 일괄 인하했다. 이는 25% 선택약정할인 적용 시 약 2만5천원으로, 보편요금제 수준이다.

이통사 자회사 알뜰폰 업체들의 공세적 영업도 알뜰폰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도매대가보다 낮은 파격적인 저가요금제를 출시한 KT 자회사 KT 엠모바일과 LG 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만 번호이동 순증을 지속해 6개월간 약 8만 명이 순증한 것이다.

이에따라 알뜰폰 업계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방치되면 업계 전체가 고사하겠다며 △이통3사 신규요금제 및 속도제어( QoS ) 부가서비스 즉시 도매제공(부가서비스 도매제공을 늘려 달라) △2019년 도매대가 조기 산정(상반기 내 결정)△알뜰폰 도매대가의 원가기반 산정을 위한 제도개선 전담반 구성 등을 건의했다.

속도제어 부가서비스란 데이터 기본 제공량 소진 후 낮은 속도(1 Mbps /3 Mbps /5 Mbps )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 가능한 부가서비스로 현재는 이통3사에만 제공되고 있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올해 도매대가 산정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대로 가다간 다 죽을 판”이라며 “내년 산정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기고 데이터에서는 이통3사 기업간통신(B2B) 요금 수준의 사전 대량구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가 직접 정부에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위기가 전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이통3사의 소매 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제도(요금인가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통3사에 소매요금도 낮추고 알뜰폰을 위해 도매요금도 낮추라고 압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3사가 정부 추진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한 신규 요금제를 낸 것은 정부 정책 때문인데 이로써 발생한알뜰폰 위기를 다시 통신사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면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소매요금 규제를 강하게 하면서 도매규제까지 하는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닌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 요금인하’라는 대원칙으로 정부가 선회하지 않는 이상, 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알뜰폰의 위기는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