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투톱 박정환·신진서 "세계 무대서 자웅 가리자"

[화요바둑]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10일부터 결승 3번기 돌입
朴 "슬럼프 아냐… 5대5 승부"
申 "도전자의 자세로 임하겠다"


하늘 아래 두 태양은 없는 법. 신진서(20)와 박정환(27)이 마침내 세계 최정상을 놓고 자웅을 가린다. 둘은 최근 38개월 중 37개월 동안 한국 랭킹 1·2위를 주고받아 온 숙적 관계다. 결전 무대는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우승 상금 3억원). 10일 경기도 광명시 라까사 호텔서 시작될 결승 3번기를 한 주 앞두고 양웅과 통화했다.

지난해 10월 준결승 종료 직후 모습. 결승전 상대로 결정된 신진서(왼쪽)와 박정환이 권투 선수들처럼 주먹을 쥐고 포즈를 취했다. /한국기원
〈박정환 9단〉

-최근 주요 기전서 연속 3패를 당했다. 박 사범에겐 흔치 않은 일인 데다 LG배 결승을 앞둔 시점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컨디션이 조금 안 좋다. 건강 문제는 아니고, 감(感)이 약간 무뎌진 정도다."

-결승이 코앞인데 괜찮겠나.

"운동과 식사 요법 등에 신경 쓰면 원상 회복될 것이다. 걷기나 헬스 운동도 하고 있다. 매일 하던 대로 공부하는 등 달라진 것은 없다."

-신진서 9단이 요즘 펄펄 날고 있다.

"정말이지 절정기를 맞이한 느낌이다. 내용과 기세 모두 좋아 보인다. 어려운 상대들을 압도하는 모습이 놀랍다."

-하지만 둘 간 전적이 너무 일방적이다. 박 9단은 신진서에게 16승을 올리는 사이 단 4패만을 기록했다. 이 끔찍한 과거사를 신 9단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지난 전적이 곧 현시점의 능력은 아니다.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다."

-신진서는 어느 부분이 강한가.

"초반전과 중반전 운영 능력이 매우 위협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 말은 종반전은 상대적으로 자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내가 그나마 내세울 부분은 종반전이다. 중반까지 대등하게 버티다 종반에 반격을 펴는 전략으로 나가겠다."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는.

"승산은 쌍방 똑같이 5대5라고 본다. 모처럼 국제 대회 부담을 덜고 편한 마음으로 3시간짜리 진짜 바둑을 둘 수 있어 기대된다."

〈신진서 9단〉

-작년 말 이후 16연승 중이다. 바둑리그에선 정규 시즌 전승 대기록도 세웠다. 맹활약 비결이 뭔가.

"비결이랄 것까지는 없고, 하다 보니…. 아직 새해 초라 두고 봐야 한다."

-박정환 9단은 슬럼프 기미를 보이는데.

"초1류 기사도 잠깐 연패할 수 있다. 하세배 같은 중요한 바둑은 이기지 않던가. '박정환은 여전히 박정환'이다."

-박 9단에게 10연패 중인다. 이유가 뭘까.

"초기엔 실력 부족이었고, 이후엔 초조함까지 겹쳤다. 매번 기세와 기술에서 밀렸다. 지금은… 둬봐야 알겠다."

-박정환의 장단점이라면?

"바둑을 넓게 보는 것과 잘 무너지지 않는 것. 두 가지가 강점이다. 단점은 잘 모르겠다."

-세 번째 메이저 도전, 스무 살 전 세계 제패 마지막 기회란 점 등 부담감도 있을 텐데.

"평생 둘 바둑인데 준우승 세 번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담담하게 두려고 노력 중이다."

-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7~9일)에도 2~3판 나가야 한다. 약일까, 독일까.

"쉬었다 출전하면 좋지만 바둑리그도 중요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전 감각 유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준비 중인가.

"박정환·양딩신 두 고수 기보를 AI(인공지능)로 분석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결승전 각오와 전망은.

"내 실력을 100% 발휘하면 우승 확률은 반반이고, 그러지 못하면 힘들 것이다. 도전한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