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27세의 여자 테니스 선수가 세계 100위에 처음 진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레베카 슈람코바(슬로바키아/세계 120위)는 WTA 1000 이탈리아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16강까지 오르는 대 활약을 펼친 끝에 다음주에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톱100 진입을 확정지었다. 111위가 생애 최고 랭킹이었던 슈람코바의 라이브랭킹은 87위다. 슈람코바는 16강전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에게 6-4 4-6 6-7(3)로 졌지만 케이티 볼터(영국)와 소피아 케닌(미국)을 꺾으며 멋진 한 주를 보냈다.
27살에 첫 톱100이라는 것이 여자 테니스계에서는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슈람코바가 걸어온 길을 알게 되면 그것이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된다. WTA가 슈람코바와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그녀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그녀가 테니스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고도의 지각이나 손과 눈의 협응력이 요구되는 테니스를 하면 시력이 향상되지 않을까는 기대로 테니스에 입문하였다. 안타깝게도 시력은 좋아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성적은 점점 올라갔다.
2012년, 15세에 프로에 데뷔하여 18세에 WTA 투어의 예선(노팅엄)에 첫 출전하였다. 19세에 톱200을 돌파하였으며, 20세이던 2017년 호주오픈에서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해 그슈타드에서 WTA 본선 첫 승도 올려 지금까지 갖고 있던 커리어 하이 세계 111위를 기록했다.
순조로운 투어 생활을 걷고 있던 슈람코바이지만 17년부터 거듭되는 부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처음에는 등 부상을 당해 1년 가까이 투어 무대를 떠나야 했다.
"그후 어깨와 복근에 부상을 입었다. 재활 후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순간, 다음에는 다리에 피로 골절을 당했다. 그게 2년 전이고 22년에 수술을 받았다. 뼈가 3개로 분열되어 그중 2개를 제거했다.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3개월이나 더 걸렸다."
그의 목표는 '더 오래 건강해지는 것'이다. 한때 388위(22년 9월 26일)까지 떨어졌던 랭킹은 작년 7월에 다시 200위를 돌파하였으며 그 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달 WTA 250 BNP파리바 바르샤바에서는 카롤리나 무호바(체코)를 이기고 첫 투어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데다 부상에 시달려 온 슈람코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보면 주변의 아이들도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게 내 플레이의 원동력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고 있는 슈람코바를 다같이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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