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인 2021년부터는 주식을 사기 전에 할아버지가 무슨 주식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모두 합한 특정 주식 보유 금액이 3억원을 넘으면 대주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다. 지금도 합하긴 하지만 대주주 요건이 15억원이기 때문에 그리 흔하지는 않다. 앞으로는 할아버지나 부모가 주식 투자를 좀 한다면 조심해야 한다.
양도세는 22%다. 필자와 같은 기업 투자자는 해당 없다. 3억원이 안돼도 코스피 종목은 지분 1%, 코스닥 종목은 2%를 넘으면 대주주가 된다. 3억원이 안되면서 이에 해당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사실상 3억원이 대주주 기준이 된다.
미국은 거래세가 없고 투자 수익에 대해 연말에 과세한다.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연말에 결산해 투자 이익을 못 냈으면 세금은 없다. 올해 수익을 냈어도 지난 몇 년의 투자 결과를 합해서 손해를 봤으면 손실분을 차감해준다. 깔끔하고 합리적이다. 우리도 법인세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 5년의 손실분을 이월 차감해준다.
세금 계산 방식을 보면 욕심이 좀 과하다. 일단 매도하는 모든 주식에 대해 거래세를 징수한다. 이 중 대주주로 분류되는 종목만 따로 떼어내 수익과 손실을 합산한 다음 양도세를 매긴다.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는 종목에서 손해난 주식의 손실분은 고려해주지 않는다. 그 전 해의 손실분도 상쇄해주지 않는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건 잃었건 상관없이 대주주로 분류된 종목을 합해서 이익이 났으면 세금을 낸다. 이 대주주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특별하고 드문 케이스였지만 3억으로 낮추면서 대중화되어버렸다. 미국 제도에 비해 두 단계 반 정도 더 욕심을 낸 것이다.
보유 기준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 예를 들어보자. 1:1의 비율로 30%씩 이익과 손실을 보았다 하자. 이익에서 손실을 빼면 본전이다. 양쪽이 다 대주주 분류 종목이면 양도세가 없다.
여기서 대주주 종목과 일반 종목이 섞여있으면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3억원 산 사람이 LG전자 2억, 현대자동차 1억 보유한다면 위와 같은 케이스가 된다. 이 사람은 삼성전자의 대주주로 취급되고 다른 두 기업은 아니게 되어 이들 종목끼리 이익과 손실을 상쇄하지 못한다. 삼성전자 쪽에서 손실이 나면 양도세는 없다. 삼성전자에서 이익이 나고 LG전자와 현대자동차 쪽에서 손실이 나면 이 손실은 이익과 상쇄하지 못한다. 삼성전자에서 얻은 이익만 떼어내면 총투자금액 대비 15%다. 이 15%에 대해 양도세를 매긴다. 거래세까지 합하면 투자금액의 3.6% 정도가 세금이다. 주식투자로 이익이 나지 않았는데 종목들끼리 분류가 달라져 양도세를 내게 된다. 이렇게 합산하지 못하는 그룹이 발생하면 양도세는 확률적으로 더 커진다.
대주주의 지나친 자본이득을 제한하려는 시작은 좋았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나갔다. 25억원에서 계속 낮추어 3억원까지 가는 바람에 대주주를 견제하는 과세가 아니고 주식투자를 견제하는 과세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세수를 늘려야 하는 압박은 있겠지만 이런 과한 방식의 세금 부과는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을 위축시켜 유동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결국에는 세수가 줄어들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손해보는 사람이 더 많다. 수익을 내는 경우도 대개는 이익이 손실을 벌충해서 플러스가 된다. 대주주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의 비중이 반반 정도로 뒤섞인다면, 이익을 내지 못해도 확률적으로 이익난 종목에서 얻은 이득의 반 정도에 대해서 양도세를 내게 된다. 대상자들은 장기적으로 매우 수익내기 힘든 시장이 될 것이다.
3억원 초과 여부는 연말 보유 기준이다. 해당자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대거 처분할 것이다. 이익을 못 내고 있더라도 나중에 수익이 나면 양도세를 내니까 일단 대상에서 빠지려 할 것이다. 연말마다 이로 인한 하락이 반복될 것이다. 유동성이 작은 주식들은 연말의 매도를 염려해 큰손들이 아예 매입을 꺼릴 것이다. 직계존비속 걱정 없는 소액 투자자는 괜찮다. 그렇지만 유동성이 떨어진 시장은 개미들에게도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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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기준을 지나치게 내렸다. 양도세도 너무 거칠다. 수익을 내는 수리적 구조를 이해한다면 이렇게 설계하기는 힘들다. 잠재한 부작용에 대해 투자 전문가들에게도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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