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태양광 기술 빼앗아 제품 개발한 한화···공정위, 검찰 고발 ‘첫 제재’
박광연 기자 [email protected]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유용한 한화 법인과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아울러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2011년 3월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 구축에 필요한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중소기업 ㄱ사로부터 납품 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그해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약 3년 동안 ㄱ사에 6차례에 걸쳐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요구했다.
한화는 기술자료를 6번째 넘겨받은 직후인 2014년 10월부터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ㄱ사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한화는 개발에 착수한지 약 9개월만인 이듬해 7월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제작을 완료해 제품을 고객사인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 자체 개발했다는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는 주요 부품과 동작 방식 등이 ㄱ사 제품과 유사했다. 한화는 그해 11월까지 ㄱ사와 하도급계약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능 개선 등과 관련한 기술지원을 제공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공동 영업관계에 있던 ㄱ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해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화가 제품 설명서를 작성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ㄱ사에 주요 부품목록과 기계 배치방법이 기재된 도면을 요구한 것은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공정위는 봤다. 기술자료를 요구하며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한화 법인과 기술자료 유용에 관여한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를 결정했다. 과징금 규모는 기술유용 행위를 통해 사업자가 얻은 부당이득 등을 산정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디지털자료에서 3600만건의 파일을 분석해 한화의 기술유용 혐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삭제된 e메일을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해 기술유용 관련 핵심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에 대한 이번 제재는 대기업이 하도급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부당하게 넘겨 받아 유사 제품을 자체 생산한 행위에 대한 첫 제재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수직구조에 따른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가겠다”고 말했다.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주요 경제기조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가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개발의욕을 꺾어 산업경쟁력을 해친다고 보고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해 납품가격을 부당하게 낮추려한 혐의로 고발됐다. 지난해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아너스가 기술유용 혐의로 고발됐다.
공정위는 올해 자동차·전기전자·화학업종, 내년에 소프트웨어 업종 대기업들을 상대로 기술유용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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