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50억 이상 자회사·손자회사와 내부거래하면 이사회 의결·공시 의무화

50억 이상 자회사·손자회사와 내부거래하면 이사회 의결·공시 의무화
박광연 기자 [email protected]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지주회사가 자신이 소유한 자회사·손자회사와 50억원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이사회 의결과 공시가 의무화된다. 현재 지주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는 상황이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감시한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2월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당·정·청이 지난달 발표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의 후속조치다.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유도하고자 면제해 온 대기업 지주회사의 대규모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과 공시 의무가 되살아난다. 지주회사가 일정 규모의 주식을 소유해 지배하는 자회사·손자회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2017년 기준 지주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율은 55%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전체의 내부거래 평균 비율(14.1%)의 4배 수준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공시 의무가 없어 지주회사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들이 특정 손자회사에 공동출자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현재는 자회사가 자신이 직접 지배하지 않는 계열사(손자회사)에 출자할 수 없으나, 법 해석상 여러 자회사가 특정 손자회사에 같은 비율로 공동출자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체계를 통해 기업 소유·지배 구조를 투명화한다는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아울러 ‘기업집단 현황 공시’ 개정안을 다음달 12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에서 받는 경영컨설팅 수수료·부동산 임대료 정보를 연 1회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7년 기준 브랜드수수료를 포함해 이러한 ‘배당 외 수익’ 비중(43.4%)은 ‘배당수익’ 비중(40.3%)보다 컸다. 공정위는 “개정안들은 지주회사 체제의 소유·지배구조를 명확히 하고 이해관계자의 자율감시를 활성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