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공정거래법 개정,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나
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9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시행 효과 분석’에 따르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상장·비상장사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는 210곳에서 388곳으로 늘어난다. 다만, 경제개혁연구소는 “단순히 규제대상이 확대되더라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입증하기 위해서는‘상당한 규모’라는 점과 비교대상인‘정상가격’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공정위는 정상가격 산정이 어렵고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는 세세하게 타 업체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었던 한화S&C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개정된 지분율 요건에 해당하지 않도록 총수일가의 직접·간접 보유 지분을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문제점도 남아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금융·보험사의 비금융사 의결권 제한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개정안은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 2016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 소속 금융보험사가 회사에 불리하지만 대주주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해 논란이 된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지난 5월 기준, 이 조항으로 영향을 받게 될 회사는 금융·보험사가 상장사 계열사 지분을 10% 가량 보유한 에스원,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 3개 회사에 불과하다.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총수일가와 소수주주 사이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임원의 선·해임이나 정관변경, 비계열사간 합병 등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의결권 행사를 15%까지 허용해 개정안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효과도 미미했다. 개정안은 계열사 간 합병 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로 했지만 5월 기준, 공익법인이 지분을 보유한 총 80개 회사 중 48곳은 의결권 감소 효과가 1% 미만이었다. 이번 규제로 총수일가 의결권이 50% 밑으로 떨어진 회사는 4곳이었지만 이마저도 공익법인 지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노 연구위원은 “국회에서는 정부의 개정안보다 실효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일가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사익편취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는 등의 규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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