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이드 본부 근황 - 모두의 pH 그리고 TMI

모두의 pH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사로 인해 발송 지연 요청해 주신 분들과 해외배송까지 마무리되었어요. 마무리되었으니 결산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네요. 그냥 두서없이 떠들면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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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삐딱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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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개는 열심히 살았습니다. 집안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라 학비를 벌기 위해,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 스무 살 때부터 쉼 없이 일했습니다. 잡다한 지식이나 기술이 많은 이유는 모두 그 때문일 거예요. 열심히 사는 건 습관과도 같아서 형편이 조금 나아진 다음에도 계속 그렇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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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안식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사실 돈은 두 사람이 구름 보면서 사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만 있으면 되니까요. 하고 싶었던 걸 해보라며 지박령이 응원해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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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년을 위해 기획한 게 '모두의 pH 프로젝트'입니다. 여러분이 주신 돈으로 신나게 하고 싶은 연구를 했어요. 그러다가 처음 계획과 달리 욕심이 생겨서 테스트 식물의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 버렸습니다. 폐교 관리도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고요. 처음으로 인디자인 공부를 해가며 책까지 나왔네요. 그렇게 '분명 안식년이었는데 왜 쉬지를 못하지'를 느낄 무렵 프로젝트가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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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박령이 안식년 휴가비로 1000만 원까지는 보태준댔는데, 끝나고 보니 2000만 원이 오버되어서 혼났어요. 그래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의 공구가 생겼고 (공구 부심) , 카드 한도가 맥시멈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제 안식년이 끝났으니 신나게 일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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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없다니?

프로젝트를 위해 흙을 많이 구입했어요. 산처럼 쌓아놓고 썼는데 의외로 금방 바닥을 보이더라고요. 부족분을 계산해서 구매하려는데, 코로나 때문에 코코피트의 수입이 막혀서 흙 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흙값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한 나머지 두 배 가격을 주고 소매상을 털어서 구매했어요. 바로 전량 품절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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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가 없다니?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택배 주문을 많이 해서 박스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골판지 공장에 화재까지 났어요. 택배박스의 입고 알림을 걸어놓고 문자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어요. 콘서트 티켓도 아니고, 한정판 운동화도 아니고 택배박스 입고 알림이라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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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없다니?

사업자등록증까지 받고 물건을 샀는데 물건이 오지 않았습니다. 보낸다 보낸다 미루더니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는 경험까지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회사가 힘들어져서 의도적으로 돈을 받고 회사를 부도 처리하셨더라고요. 피해자는 저 말고도 많았습니다. 바로 잡히긴 했는데 경찰에서 못 받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사기를 당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한동안 영혼이 방황 (?)  했어요. 지박령이랑 드워프, 구미호가 사기당했다고 놀려서 의기소침했던 나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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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것도 있다니?

드워프가 폐교 2층에서 서식하게 되었어요. 원래 드워프는 서울을 오가며 주말에 저를 도와주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강제 안식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꼬드긴 결과 폐교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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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더니 모두가 협조해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프로개는 살이 찔 것 같아요.

보내주신 간식은 지박령, 드워프, 구미호와 나누어 먹을 게요. 백호와 현무의 간식, 정성 어린 편지, 손으로 직접 만든 선물도 있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압도적으로 백호를 위한 게 많았어요. 좋겠다. 김백호. 보내주신 마음 고이 간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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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니가 칼라디움이라고? 스투키는 원래 안 자라는 거야? 산세베리아가 드라세나야? 사랑초가 죽은 게 아니야? 시클라멘은 더우면 휴식해? 바이올렛은 물 묻으면 안 돼? 책이 배포되고 나서 몇몇 페이지 때문에 와글와글 거린 것 같아요. 그런 피드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만, 지켜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오타 제보도 많이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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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쇄 계획이 없다고 밝혔더니, 중고 카페에서 7만 원까지 거래되는 걸 목격했어요. 그…그 정도로 대단한 책이 아닙니다. 이게 바로 거품인가 봐요. 그저 2021년 3월에 발간된 책은 프로개와 후원자분들의 추억처럼 (?)  남기고 싶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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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좀 충격적인 제보였어요. 어떤 가드너 분이 책을 준비하시는데 모두의 pH를 참고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해요. 세상에는 참 나쁜 사람이 많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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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pH는 1년간의 테스트 결과뿐만이 아니라 프로개의 오랜 가드닝 생활과 농사 경험 등 많은 부분이 녹아있습니다. 그런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도둑질이에요. 국내 저작권법이 헐렁해서 법의 경계에서 교묘하게 표절한다고 해도 그건 도둑질입니다. 여러분도 혹여 모두의 pH나 제 블로그의 포스팅을 표절한 책을 보신다면 제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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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가드너 분이 이 포스팅을 읽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표절하려면 제 블로그를 열심히 정독하셔야 할 테니까요. 진흙탕 싸움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합니다. 양심에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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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프로개는 조금 화가 났어요. 언젠가 기약 없이 개정판을 내겠다는 결심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조금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조금 더 지켜보고 싶어서 폐교 교실로 옮겨서 겨울을 나게 한 식물들이 많이 있어요.

결과가 미비해서 모두의 pH에서는 빠진 식물들입니다. 그 식물의 결과를 추가하고 색인 페이지, 정보 페이지도 추가한 다음 서점에서 구할 수 방향으로 출간을 진행해 볼게요. 책이 필요하신 분들은 웃돈을 주고 중고책을 구매하기보다는, 기다려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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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이드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는 이르면 여름쯤 출간될 거예요. <존재의 책임>이라는 책도 기획되어 있습니다. <모두의 pH> <드루이드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존재의 책임>은 하나의 시리즈 표지를 쓰고 있지만 장르 (?) 는 다릅니다. 모두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맞습니다. 이 사이에 무언가가 더 끼어들어갈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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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바쁜 것들 위주로 정리되면 소소한 동영상 위주로 올려 볼게요. 하지만 주력은 블로그입니다. 저는 영상보다는 블로그가 익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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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앞으로 하게 될 일은 <모두의 pH 프로젝트>의 연장선이 될 것 같아요. 조금 더 깊게 식물에 발을 담가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취미가 일이 되는 거라서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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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어쩌다 흙 만들기'입니다. 우리가 실내 가드닝에서 사용하는 흙은 대부분 농업용이에요. 오랫동안 어떤 식물을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짧은 기간 모종이나 묘목으로 키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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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실내 식물 (화분) 에 맞게끔 개발해 보려고 해요. 모두의 pH 프로젝트 성과로 pH 생육 데이터가 확보되었으니, 그걸 토대로 몇 가지 흙을 테스트해보려고요. 여러분이 굳이 흙의 pH를 조절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그 식물에 맞춰진 pH의 흙을 구매하면 되도록이요. 아직은 기획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