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감평 가능하실까요?

감평을 요청하시는 분은 참 오랫만입니다.
노벨피아의 닉네임이 어쩐지 익숙하지만 기억이 안나네요. 그건 상관없겠죠.
제가 판단한 문제점은 본인 글쓰기 스타일이랑 장르, 분위기, 감정선이 안맞아요.
전체적인 구성과 전달 면에서 조화롭지 못하단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에게 와닿는 부분이 효과적이질 못한 거죠. 현재의 가능성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1.본인 글쓰기 스타일에 맞는 분위기와 감정을 선택하거나

2.본인이 좋아하는 장르에 맞춰 분위기와 스타일을 바꾸거나

3.유행에 따른 보편적 스타일을 택하거나입니다.

님 작품 1화 앞부분을 바꾸었을 때의 예시를 수정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조언이고 무조건 따르라는 말이 아닌 현재의 본인에게 있어서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이만 여기까지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트리어님께서 고쳐주신 글을 보니 유기적으로 연결 된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거기서 나오는 감정선의 자연스러움이 맛깔나네요.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체크 해주시는 분이 있을지 몰랐는데 거듭 감사드립니다.
다시 천천히 읽으면서 연구를 해봐야겠습니다.

==========[1.문체에 맞추는 경우]==========
우리의 담당 국선변호사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알려주었다.
피고인은 징역 3년을 구형받았고, 그 이후로도 2년 간의 법적 보호격리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었다.
우리는 집에서 나가지 않고 서로를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떨쳐버릴 수 없었던 불안이 햇살 속의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그리고 나를 껴안은 이모의 붉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무질서하게 내 손바닥 위로 흘러내렸다.
내 이모는 새 엄마의 이복동생으로 나와는 7세 무렵부터 같이 자랐고, 끔찍한 학대와 폭력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단 하나의 희망처럼 의존하며 살아왔다.

"언니랑 형부를 이제 다신 안봤으면 좋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으며, 그녀의 팔은 내 몸을 조이는 밧줄처럼 매우 강하게 끌어안았다.
따뜻하면서도 옥죄이는 순간적인 포옹은 안도감과 불안감이 공존했다.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체취로부터 다가오는 포근함에 잠겨들었다.
다만 내 눈물이 흐르면서 이모의 하얀 티셔츠 어깨 부분를 적셨다. 거뭇해진 자국들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번졌다.
내 마음 속의 응어리가 풀어지면서 그 안에서는 하나의 생각이 씨앗으로 뭉쳐들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한다. 다윗은 자기보다 두 배나 큰 골리앗을 작은 돌멩이 하나로 물리쳤다.
내 결심의 씨앗은 곧 돌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졌다.
나는 소리죽여 담담하게 말했다.

"우린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힘을 키워야 할 것 같아, 이모."

부모의 폭력은 사라졌을지라도 우리는 더욱 가혹하고 위험들이 가득한 세상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A급 헌터인 그 사람이 받은 형기은 고작 3년이었고, 그는 형기를 채우기 위해 죄수 부대의 노역장으로 끌려갔다.
그 사람이 그곳에서 사고를 당해 죽어버린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무서운  복수심에 불타는 귀신을 만나게 될 터였다.
이모는 울음을 그쳤는지 새하얗고 가녀린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3개월 후엔 치우, 너도 입학할 수 있어. 너무 조급해 하지마."

그녀와 나는 1살 차이였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이모는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으로 나를 많이 감싸주었지만 그러면서도 부모이자 언니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롯된 트라우마가 있는 나로서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무척이나 불안했었다.
하지만 열이 잔뜩 오른 내 머리는 잔잔한 물결의 호수에 빠진 것처럼 나른하게 식어버렸다.

...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잠시 시간을 벌어둔 것 뿐이었다.
거기에 우리 앞에는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었고, 형기가 만료되는 시점의 일은 당장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 우선적인 일부터 생각해보자.
C급 각성자인 나 성치우와 D급 아카데미 재학생인 이모 이예빈은 천애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어린 나이의 모든 각성자는 아카데미 과정을 필수적으로 수료해야 하며, 저소득자로서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받고서도 아카데미 등록금 300만원을 3개월 내에 납입해야 했다.
그 후로도 학기마다 그 정도의 금액은 필요했다. 이모와 나는 마찬가지인 신세라 시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으로는 생활비로도 빠듯하게 써야만 했다.
300만원은 그정도로 우리에겐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나는 잠시 걱정이 들어 이모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달콤한 향기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내 마음의 정원이 그녀의 색깔로 차오른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났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들어 눈물이 맺힌 그녀의 선홍빛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눈동자는 여전히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빛났다.
나는 도중에 엉뚱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이모,우리 그냥 외국으로 도망갈까? 미국,유럽도 좋고 필리핀이나 태국 같은 나라들도 나쁘지 않잖아."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문질렀다.

"바보, 도망간다고 못잡을 사람들이 아닌 거 알잖아."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랬지. 나도 이모도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다고 느꼈다.
그 사람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만한 능력과 의지가 있었다.

"이모, 아르바이트 몇 시에 간다고 했지?"
"아...22시니까, 이제 가야 해."

그녀는 내 얼굴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녀와 떨어지는 게 싫어졌다.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는 듯한 짧은 상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안가면 안돼? 피곤할텐데."
"걱정해줘고 고맙지만 괜찮아. 이건 내가 해야만 되는 일이야."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말릴 수가 없단 사실을 깨달았지만 한편으로는 연민의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법원에서의 재판 과정은 9월 학기 초에 시작되었고, 판결의 종료는 겨울 방학이 절반쯤 지났을 때 가까스로 끝이 났다.
학교와 재판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은 아직 입교 하지 않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녀에겐 더욱 힘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모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빠르게 구해서 병행해왔다.
시내의 패스트푸드점 캐셔로, 대략 우리의 한달 예상 수입은 150만원 가량이었다. 그 돈은 본인의 학비와 용돈을 제외하면 내게 보태줄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난 딱히 용돈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 나는 무슨 일로 내 생활비를 충당해야할 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
이모는 현관에 앉아 신발을 신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서 등뒤에 섰다.
그녀는 너무 짧은 청반바지 차림이었고 하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것이 몹시 신경쓰였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모는 어떻게든 생활비를 절약하겠다고 한여름 옷을 겨울에도 입고다녔기 때문이다. 아아, 돈이 사람을 의지를 왜곡시키는 실시간적인 참혹한 현장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이모, 여름 옷이라 추울텐데 알바 조심해서 갔다와."

그녀는 장갑도 끼지 않았다. 혹시나 깊어 손을 잡았는데 상당히 부드럽고 온기로 따뜻했다.
신체 강화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모의 분홍빛 입술이 새초롬하게 웃었다.

"그래, 나 없다고 울고 그러면 안된다? 집구석 백수야."
"아이고, 그래요. 괜한 걱정이었죠? 우리집 가장님. 저야 뭐 백수 노릇하는 학생인뎁쇼. 참으로 그 말이 옳습니다."

그녀가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며 한마디 했다.

"야동은 작작 봐. 기 빨려."

기껏 잡아둔 배웅 분위기가 깨졌다.
나도 지지 않으려고 그녀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웃기시네, 이모 BL이나 잘 숨겨. 내가 왜 지나가다 상남자들끼리 헐떡거리는 걸 봐야해."
"난 그런 거  모,몰라. 어쨌든 다녀올게!"

그녀는 열차 시간에 늦은 직장인처럼 황급하게 문을 열고는 사라져버렸다.
분명 그 얼굴은 자기 머리색 같은 붉은 사과색이었다.

==========[2.장르에 맞추는 경우]===========
지금으로부터 삼일 전, 우리는 국선변호사의 연락을 받았다.
대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피고에게 약 징역 3년을 선고했으며 초범이라는 사실을 고려했다고 한다.
판결 끝에 그들을 우리 곁에서 쫓아냈다는 것이 너무 홀가해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출소하게 될 날이 그다지 멀지 않았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와 이모는 서로를 껴안고서 엉엉 울었다.  아참, 이모의 이름은 이예빈이었다.

내 이모는 새 엄마의 이복동생이었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가깝게 자랐다.
새엄마와 닮은 이름을 가졌지만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훨씬 부드럽고 상냥하면서 강하게 맞설 줄도 알았다.
우리는 부모이자 형제란 작자들이 가하는 폭력적인 상황에서 서로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이 꼭 불행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흐흑...언니랑 형부, 다신 안봤으면 좋겠어."

이모의 목소리는 과하게 떨렸다.
그리고 또한 이모는 내 몸을 꽉 묶을 것처럼 죄여왔다..
등어림까지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새빨간 그녀의 머리카락은 화려하게 구불거렸음에도 어쩐지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색 같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 속에서 말할 수는 없는 안도감과 불안감이 교차했다.

"..."

내 눈물 때문에 이모의 하얀 티셔츠의 어깨 부분이 거뭇하게 젖어들었다.
나는 이모의 향기를 들이쉬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한다.
다윗이 돌팔매와 자신의 용기로서 거대한 골리앗을 물리친 것처럼 말이다.

"나도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힘을 키워야 해...이모랑 같이."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년이었고, 경찰과 사법 기관은 그 기간동안만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다.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시한부인 셈이다.
더군다가 A급 헌터인 그 남자는 자신이 쌓은 능력과 인맥으로 사법거래를 시도할 역량이 있을 것이다.
이모도 조금 뒤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새하얗고 가녀린 손이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3개월 후엔 치우 너도 입학할테니까 걱정하지 마."

애석하지만 이모와 나는 1살 차이 밖엔 안난다. 이모는 지금처럼 어른스러운 척을 자주하곤 했다.
어쩌면 상황 상 그래야했을 지도 모르고, 내가 무진장 어리광쟁이일지도 몰랐다.

...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잠시 시간을 번 것에 불과했다.
그 사람들의 형기가 만료되는 순간에 우리는 죽는 것보다 못한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그놈의 강렬한 눈빛은 죽이겠다는 의지로 느껴졌고 실제로 구속구를 풀어서 탈출을 시도했다.
...사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수입원과 명목에 가까운 보호마저도 사라졌다.

아카데미 등록금 300만원을 우리가 3개월 내로 벌어야했고, 당연한 사실이지만 등록금은 매 학기마다 내는 것이다.
이모 또한, 마찬가지니, 서울 시에서 지급하는 예산으로 겨우 우리 입에 풀칠하는 수준이었다.
300만원은 부모와 보증인들이 없는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C급 각성자인 나와 D급 아카데미 재학생일뿐인 이모에게는 여전히 커다란 짐이었다.
서로가 있으니 우리가 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다.
나는 눈물로 얼룩진 선홍빛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 가장 단순한 방법을 제안했다.

"우리 그냥 도망갈까 이모? 외국으로 말이야."

"바보, 도망간다고 못잡을 사람들이 아닌 거 알잖아. 그리고 불법 체류자가 되고 싶지도 않아."

그녀가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렇다. 이제부터 우리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모는 일을 나간다.

"이모, 아르바이트는 몇 시에 가?"

그녀는 내 얼굴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아...오후 10시니까, 이제 가야 돼."

나는 왠지 그녀와 떨어지는 게 싫어졌다.

"안가면 안돼?"
"응,안돼. 싫으면 니가 돈 벌어와."
"돈 남았잖아."

"그것 가지곤 생활비랑 적금도 모자라. 너도 알면서 왜 그래? 으이구, 성치우 어린이 같으니라고."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내 코를 꼬집었다.
하긴 우리의 한달 예상 수입은 150만원 가량이고, 이모의 학비와 용돈을 제외하면 나에게 무언가를 보태줄 수는 없다.
순순히 받을 생각은 없으니 나도 이제는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할지 생각해보자.


이모는 현관에 앉아서 등을 구부린 채 신발을 신고 있다.
무릎 위가 훤히 드러난 청바지는 너무 짧아서 하얗고 굴곡진 허벅지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아무리 헌터라지만 겨울에 반바지 차림이 추위를 막아주진 못할 것 같았다.

"이모 추우니까 미끄러지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모의 손을 붙잡았다. 보드라운 손은 훨씬 따뜻했다.
이모는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나 없다고 울고 그러면 안된다?"
"아이고, 그래요. 괜찮으니 얼른 다녀와. 우리집 가장님."

사실 그녀는 외강내유적인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 앞에서는 약한 척하기 싫어했다.
그녀는 나가기 전에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며 한마디 했다.

"야동 보면서 딸치지 말고."

그녀의 농담은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나도 지지 않으려고 한마디 해줬다.

"웃기시네, 이모야말로 BL 감춰놓고 보잖아."

진짜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추측이었다.
이모는 얼굴을 붉히더니

"모..몰라. 다녀올게."

슝-하고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3.보편적이고 가벼운 웹소 스타일에 맞출 경우]==========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렸고 그 사람들은 징역 3년을 받았다.
흘러내린 새빨간 그녀의 머리카락을 내 양손으로 감싸질만큼 이모를 꽉 껴안았다..
이예빈, 이모이자 나와 겨우 1살 차이인 새엄마의 동생이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몇달 전까지 그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해왔다.

"흐흑...언니랑 형부, 다신 안봤으면 좋겠어."

그녀는 떨면서 더욱 강하게 나를 끌어안는다.
안도와 불안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

나는 어쩐지 지금 이모의 체취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 우나? 그런가보다. 이모의 흰 티셔츠 어깨 부분이 얼룩지고 있다.
바로 이 순간, 나는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비록 아이와 어른의 불합리한 싸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블레인 장수 골리앗에게 사기가 꺾였을 때, 다윗은 돌팔매로 골리앗 머리를 깨서 죽여버렸다.
내 결심은 그런 돌맹이보다 단단하다.

"아카데미만 들어가면...!"

경찰과 사법 기관에도 한계는 있다.
A급 헌터인 그 놈은 고작 3년동안 가만히 놀고 있지 않을 거다.
교도소 안에서 산책만 하면서 시간만 죽일리도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교화와 운영 비용의 한계로 인해 죄수 헌터들을 기용해서 개척지에 파견하는 형벌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분명히 아버지라는 인간도 자신의 형기를 채우기 위해 형벌부대에서 복무할 가능성이 높다.
내게도 시간이 여의치않지만 어쨌든 해야했다. 안그럼 앉아서 죽을 수 밖에 없다.
이모는 울음을 그쳤는지 새하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전히 어린애 취급이군.

"3개월 후엔 치우 너도 입학할 테니까 조급해 하지마."

이모는 나랑 겨우 1살 차이인 주제에 자주 어른스러운 척한다.
조금 열받지만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내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다.

...

그래도 우리는 부모의 위협으로부터 잠시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그들의 형기가 만료되는 순간, 끔찍한 일을 벌일 거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새끼들이... 키워준 보답이 이거냐!?'
'너희들, 각오해!눈에 띄면 죽여버릴 거야.'

교도소로 이송되어 가면서도 우리를 쳐다보며 저렇게 말했다.
...사실 문제는 그것만 있지 않아.

내 아카데미 등록금은 무려 300만원인데, 그걸 3개월 내로 벌어야 한다. 그리고 매 학기마다 그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다.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을 노려보긴 하겠지만 잘 안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이모 또한 마찬가지니, 시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으로는 겨우 입에 풀칠할 수만 있다.
C급 각성자인 나와 D급 아카데미 재학 중인 이모에게는 강함을 추구하면서도 벌기에는 버거운 금액이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모의 목덜미에 내 얼굴을 묻으니 달콤한 체취가 스며들었다.
으음, 비관적인 미래가 조금은 가라앉은 듯 하다.
우리끼리 이 힘든 상황을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어! 그런 긍정적인 기분이 샘솟는다.
눈물이 맺혀 붉어진 이모의 선홍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우리, 그냥 도망갈까? 외국으로 말이야."

이 자식아, 이게 니 할 말이냐?
그러자 이모는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문지르며 타이르듯 말했다.

"바보, 도망간다고 못잡겠어? 우리는 죽어도 여기서 살아야 해."

그래, 우리의 운명은 가혹하다.
내 나이 이제 열 다섯해를 살았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발버둥쳐야만 하다니 억울하군.
하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아니 오늘부터 이모가 아르바이트를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이모, 아르바이트가 몇 시라고?"

그녀는 내 얼굴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아...22시니까, 이제 가야지."

왠지 그녀와 떨어지는 게 싫다. 아아, 방학인데 쉬지도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여.
한달 예상 수입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빼고나면 본인한테 남는 것도 없을텐데.
음, 나도 무언갈 해야될 성 싶다.

이모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중이었다.
겨울인데 하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청반바지 차림이었다.
나원, 춥지도 않나?

"이모 감기 걸리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와..."

손을 꼬옥 잡으니 보들보들하고 따뜻했다.
이모는 새초롬하게 분홍빛 입술을 찡그리더니 대답했다.

"그래, 나 없다고 외로워서 울고 그러면 안된다?"
"아이고, 그래요. 괜찮으니 다녀오셔요. 이모님"

우리는 농담을 건네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이모는 연약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그녀가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강한 척을 해도 마찬가지다.

"야동 좀 몰래 보지 말고."

선을 넘는 발언을 대담하게 함으로써 우위에 서려고 하는 전략인데 나도 만만찮다.

"웃기시네, 이모 BL 콜렉션이나 잘 좀 숨겨."

진짜 보는지 아닌지는 찔러본 거지만...
어? 얼굴이 홍시 같이 붉어졌다.

"난 그런 거 모..몰라. 다녀올게."

슝- 내가 잡을 새도 없이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