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우주에서 온 독재자-슬리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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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뭘 볼까 고민하다가, 우연찮게 이 작품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나서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슬리버 작가의 [우주에서 온 독재자]입니다.

제가 제목을 보았을 때 처음 연상했던 것은 대여점 시절에 흔했었던 SF 기술을 이용한 국가 개조물(?)이었습니다.

대개 그 작품에서 주인공은 어떤 이유에서든 우주 함선의 사령관이 되어 경제,문화, 국방 등등 다방면에 영향을 끼치며 기술적 개선을 통해 한국을 강대국 화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마찰, 전쟁으로 점철된 작품군이었죠.

강한 음모론과 국뽕, 혐외세(일본, 미국, 중국, 영프독이) 등등 주변 열강들과의 대립과 격파가 주된 컨텐츠였던 걸로 기업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멸망한 인류, 외계인들과의 전쟁, 과거로 회귀한 유일한 오메가급 사이커 유지하 대령으로부터 시작하더군요.

플레이그라는 금속 기반 군체 생명의 여왕과 최후의 전투에서 3년이 지난 후, 유지하 대령은 세틀러 호에 구출됩니다.

세틀러 호는 아르마라는 여성형 강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고, 이 시스템이 유지하를 보조합니다.

그리고 깨어난 그는 2180년이 아닌 2025년 과거의 지구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죠.

장차 닥칠 플레이그라는 외계 생명체의 침공 앞에서 그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입니다.

재벌가 망나니 몸을 차지하고, 블랙 메탈이라는 신소재(아무도 연구, 생산이 불가능하고 이용도 못하는)을 이용하여 기술 혁명과 국가 장악을 시도하죠. 미래 함선과 강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인류 사회를 전쟁을 목적으로 바꾸면서도 묘하게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느낌의 사회로 바꿔나가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입니다.

유지하의 목적 자체는 총력전을 위한 경제 시스템, 방주, 군사력 준비였고, 또한 군인 출신이었기 때문에 방해자들은 짓밟고 나아갑니다.

노련하면서도 판타지스러운 기술들을 활용해 적대적인 세력을 엿먹이는 전개가 반복됩니다.

주로 주인공이 자작극을 꾸며서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거나, 힘을 숨기다가 필요하다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전개를 자주 씁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아무래도 심시티와 칼 같이 이루어지는 주인공의 계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무감만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인지라 쓸데없는 인물이나 감정이 끼어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론, 주인공이 머리 쓰면 쓰는 대로 상대방이 그럴 듯 하게 걸려주는 부분을 적당히 넘겨야만 합니다.

그리고 상황 이해를 위한 기초적인 설명을 가볍게 해주기 때문에 적어도 속도감만큼은 괜찮았습니다. 

디테일한 실증을 기대할 수 없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이며,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공식을 끝까지 지키면서 나아가는 작품인데, 무대를 바꿔서 변주를 가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제가 판단하기에는 대략 한국>-메가시티->태양계->아스테라->링월드 순으로 말이죠.

초반은 한국이라는 나라 내부에서 세계구급 세력으로 거듭다는 판타지, 재벌물과 밀리터리물의 융합이고,

중반부터는 스페이스 오페라 및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이 손대기만 하면 경제, 기술적 변화가 불가역적으로 가속하며 디테일한 묘사는 무시되는데, 애초에 주인공이 플레이그와 선지자를 찾는다는 목적에 충실하며, 그 외에는 전부 곁가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SF적 배경에  밀리터리물이 서술적 뼈대이며 ,영지물과,재벌물이 살처럼 붙어있습니다.

이걸 감안했을 때 작가가 메인으로 두는 장르는 밀리터리입니다. 전작도 살펴보니 그쪽 많이 쓰셨더라구요.

어쩐지 지구에서 적대 세력과 충돌할 때는 전문 용어와 구도적 디테일이 꽤 있다고 보입니다.

우선 중반부를 기점으로 다른 두 무대가 있습니다.

지구에서 주인공 유지하는 강력한 힘과 기연을 집어삼키지만 원인은 모르는 상태로 플레이그와의 전쟁을 치루죠.

하지만 아스테라라는 세상으로 넘어가서는 그곳이 선지자(인류에게 기연 전달)의 세계이며, 

그 흔적을 쫓아온 유지하는 에테르에 대한 비밀과 신격,선지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어차피 전투가 메인이긴 하지만 말이죠.

이야기 패턴은 세계 조사->육체 빙의->정착->세력 형성->패도 추구->전쟁->대통합

주인공이 힘을 숨긴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역공을 허락하지 않는 초월적인 미래 장비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위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작품이 재미있는 이유는 압도적인 먼치킨 주인공이지만 신중하고, 신중할 때와 과격할 때에 대한 기본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허황되다고 느끼는 부분을 직관적으로 적당히 처리하게 되는 셈이죠.

예를 들어 주인공이 적의 음모를 감지했을 때, 즉각 대응하기 보다는 일망타진과 같은 더 큰 효과를 위해 신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고 나서 한번에 싹 쓸어버리죠.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적에 대해 모르는 일이란 플레이그 말고는 딱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고, 신중하게 움직이다가 해결책을 한방에 내놓는단 말이죠.

주인공은 이 과정을 통해 지구와 아스테라를 정리하고, 최종적인 세계의 비밀을 파고 듭니다.

선지자는 이미 멸망한 종족단위 정신체라거나, 플레이그는 선지자가 만들어낸 아이들의 수호자이지만 타락해버렸다거나, 신비한 힘인 에테르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서 말이죠.

핵심 포인트는  주인공의 계획대로 안되는 일은 없어서 생기는 뻔함을 전투, 성장, 심시티로 갈음한다는 점입니다.

서사의 패턴은 고정이지만 파트를 교체함으로써 약간의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죠.

에필로그에서 두 세계를 평정하고, 자기를 따르는 세력을 구했으며, 

선지자 최후의 유산을 손에 넣은 유지하는 스스로를 문명의 수호자가 되어 외우주의 타문명들을 구출하고 해방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사실 1부 격인 명왕성 주역까지만 읽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저는 선지자가 뭐하는 존재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