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컴퓨터 부품과 관련해서 유독 어떤 부품들은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골라 사도 문제가 심하게 생기는 불운도 있고, 어떤 부품들은 고민없이 막 사도 너무 잘 돌아가는 행운도 있었는데 몇가지를 나눠 정리해 봤다.
불운의 역사
- 마더보드
나는 마더보드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마더보드 만큼은 항상 하이앤드 급으로 구입하여 쓰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겪은 컴퓨터 하드웨어 관련 장애들 대부분은 이 마더보드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바이오스 에러, 메모리 에러, 칩셋 에러, 발열 에러, 포트 에러, 사운드 에러, 디스플레이 에러, 전원 에러, HDD 에러... 도대체가 경험 안한 에러가 없을 만큼 하드웨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에러를 이 마더보드를 통해 경험했다.
지금 까지 구입한 마더보드 브랜드만 나열해 보면, 인텔, MSI, 기가바이트, Supermicro, 그리고 가장 마지막이 EVGA... 이 중에 그나마 가장 문제없던 마더보드가 MSI였던거 같다. 바이오스 업데이트 전 까지 장애가 좀 있었다가 업데이트 한 번에 시스템이 안정되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짧게 사용했던 마더보드이기도 하다.
- 모니터
CRT모니터 시절 부터 이 모니터는 나에게 불운을 가져다 주는 미운 장치 중 하나였다. 나름 괜찮은 모델이라 리뷰를 보고 구입을 해도 이상하게 문제가 끊이질 않다가 결국 폐기가 되었다. LG모니터들이 고장이 없다는 얘기들을 심심치않게 듣지만 나에겐 해당없는 얘기. 나는 주로 듀얼을 사서 썼는데, 둘 중 하나는 계속 문제가 생기다 1년이 넘을 때 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고 했다. 심지어 프로젝터도 나에겐 불운의 연장이었다. 어째서 매일 사용하는 회사에선 멀쩡하게 돌아가는 프로젝터가 일주일 한 두번 전원켜는 우리 집에서는 같은 모델인데도 램프 과열이 밥먹듯 생기고, 포커스도 안정이 안되다가 결국 폐기되는지...
- 무선연결
이건 특정 부품에 해당하는 얘기라기 보다는 모든 장치들에서 나타나는 불운이다. 예컨데 같은 아이폰으로 같은 무선네트워크에 연결해도 다른 사람의 아이폰은 잘만 연결되는데 내 아이폰은 연결할 수 없다고 팅기다가 폰을 껐다 키거나 저장된 SSID를 지웠다 다시 연결하거나 해야 겨우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 블루투스 연결도 마찬가지. 내 친구가 내 차만 타면 마치 반가운 강아지 마냥 친구가 근처에 오기 전 부터 블루투스가 자동으로 연결되어 음악을 재생하는데, 어째서 주인인 내 폰은 블루투스를 껐다 켜거나 '연결'을 누르기 전 까진 묵묵부답인지...
무선 헤드셋과 이어폰은 말할 것도 없다만, 그나마 에어팟을 구매한 후로, 적어도 아이폰에서 만큼은 큰 다른 문제가 사라졌다.
행운의 역사
- 플로피 드라이브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 얘기지만, 나는 3.5" 플로피 드라이브(히타치였던걸로 기억)를 90년대 초에 딱 한 번 구입하고 그 후로 그 드라이버를 플로피 디스크가 사라지는 순간 까지 다시 구매하지 않았다. 하나의 드라이브로 10여년을 아무 문제없이 잘 쓰다가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면서 컴터 처분 과정에서 함께 사라졌다. 아는 지인은 어째서인지 심심할 때 마다 플로피 드라이버를 꺼내서 바닥에 딱지치기를 하곤 했는데 나는 플로피 디스크 시절에 대한 기억이 나쁘지 않다.
- 그래픽 카드
나는 게임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디자인을 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어떠한 그래픽 카드를 구입하더라도, 나로써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고사양의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는 샘이다. 그래서 온보드형 VGA도 나에겐 큰 문제가 없었다.
- 스피커
내 최초의 컴퓨터 스피커는 SCSI관련 장비 하나를 구입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알랙랜싱 2채널 스피커다. 보기에도 평범하고 특별한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면 이렇게 훌륭한 스피커를 다시 찾기 어렵다. 5년이 넘은 시점에서 딱 한번 전원 문제가 있었는데 용산에 있던 본사에서 잘 수리해서 보내줬다. 컴퓨터는 몇번 바뀌었어도 그 스피커만큼은 내 책상 위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가 쓰던 컴퓨터를 지인에게 주면서 같이 넘어갔다.
그 후로 Klipsch라는 브랜드의 2.1채널 스피커를 썼는데 스피커 성능이 과도하게 훌륭해서 스피커가 가진 성능의 절반도 못쓰다가 유선 장치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머뭄고 정리했다. 그 후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 중인데 나에게는 무선연결에 있어 불운이 있어서 그렇지, 사운드 만큼은 남부러울게 없이 만족스럽다.
- OS
남들 윈도우를 밥먹듯이 재설치한다는데 나는 다행히 그동안 사용한 OS에서 큰 문제를 경험하지 않았다. 지금은 주로 윈도우 10과 우분투를 사용 중이지만 한 번 설치하고 재설치를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과거 윈도우와 리눅스들도 마찬가지다. 블루스크린이야 어쩌다 경험하곤 하지만 조립 컴퓨터 사용을 그만둔 후로는 이마져도 거의 경험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내 컴퓨터 불운은 어쩌면 조립 컴퓨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분 들에겐 이런 경험 없으신지?
(사회)
디올백을 이렇게 쉴드치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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