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환상이다 (2)

다른 데 쓰고 옮겼더니 줄 간격이 이상하네요. 바빠서 수정은 포기하겠습니다. ㅠ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시각에서 쓰여진 기록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래도 진실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민중의 지위가 문자 그대로 개 돼지와 크게 다르지 않던 시절에도,

네로나 연산군 같은 광인만 아니라면,

가장 끔찍한 폭군조차 후세에 어떻게 기억될지 두려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에 괴벨스가 등장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계속 반복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괴벨스가 실제로 저렇게 말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는 모양이지만,

이것이 바로 ‘괴벨스라는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장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괴벨스 이전에도 이와 같은 기조의 사기꾼들은 수도 없이 존재했다.

역사 이전에도 소시오패스는 존재했고, 뻔뻔한 거짓말은 소시오패스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거짓말 전략’이 2차 세계 대전을 기점으로 ‘역사 기록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미디어와 결합한 거짓말의 힘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재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가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역사는 언제든지 다시 쓰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중국의 동북공정은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진실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하에 자행된다.

또한 이제는 힘을 가진 자가 이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예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힘을 가진 자’란 ‘미디어를 장악한 자’와 사실상 동의어이다.

일반적으로 군사독재 국가에서는 군부가, 자유진영 국가에서는 자본가가 미디어를 장악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 독특하다.

일제시대에는 일제가, 군사독재 시기에는 군부가 미디어를 소유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디어 자체가 재벌기업 등과 함께 ‘힘을 가진 자’의 핵심 멤버가 되어 있다.

미디어가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나팔수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고 파트너를 고를 수 있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메이저 언론들만한 처세의 달인도 없는 것 같다.

세상이 어떻게 뒤집어져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역사가 일제시대부터 시작되었으므로 그들은 친일, 아니 민족반역자들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아도 사실상 무방하다.

언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재계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핵심 기득권들의 성분이 이와 다르지 않다.

해방과 함께 친일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승전국 미국이 일제에 봉사하던 당시의 기득권 매국노들에게 우리나라를 통째로 넘겨줘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언론개혁이라는 것은 단순히 비양심적인 기자 몇 명을 처리하고,  가짜 뉴스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로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되찾도록 유도하는 것 같은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그들이 거짓 선동을 통해 지켜내는 그 기득권,  그 힘으로 저지른 온갖 부정부패와 범죄들을 모조리 밝혀내 처단하고, 

이 말도 안 되는 더러운 권력 구조를 허물어뜨려 다시 바닥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다.

나도 알고 있다.

이런 소리 백날 해봤자 세상 모르는 몽상가 소리밖에 듣지 못한다는 것을.

그러나 이 권력의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첫번째 단계인 언론 개혁은 반드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언론 개혁은 언론으로부터 선전선동하는 능력을 빼앗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마디로 민중이 그들의 거짓말에 속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말이 쉽지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일제에 끝까지 저항하고

군부와 싸워 끝내 이겨내고

평화적으로 부정한 대통령 탄핵을 이루어내고

검찰과 언론의 터무니없는 콤비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대선을 거둔 국민이라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분명히 희망이 있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있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고작 1년짜리 시장 자리 두 개를 잠시 넘겨준 것따위는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만일 언론이 이번 선거에 기울인 노력조차 무위로 돌아갔다면 이제 언론도 자신들의 전략을 재고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전혀 통하지 않고, 오히려 반감을 살 뿐임을 깨닫고.

언론이 조금이라도 정상화, 아니 자제하기 시작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동력이 되어 언론 개혁은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마땅히 가야할 방향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가장 뼈아픈 결과는 권력의 카르텔로 하여금 기존의 고식적인 수단이 여전히 먹히고, 앞으로도 먹힐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는 데 있다.

그만큼 이번 선거전의 보도 행태가 지난 총선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었다.

너무나도 명약관화한 사실들을 언론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이 바뀐다는 것.

그것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노인들이 아니라, 가장 영민하고 정보에 밝은 젊은 층의 선택이었다는 사실.

그들이 얼마나 고무되었을까. 

이 결과가 그들을 얼마나 강력하게 결집시킬 것인지.

언론의 얼굴에 깔린 철판은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두꺼워질 것인가.

이건 아직 개인적인 느낌을 뿐이지만,

총선 때는 씨알도 안 먹히던 '조국에게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키워드가,

'내로남불'은 오직 민주당에만 해당하는 말이라는 의식 같은 것들이 정상인들의 머릿속에도 스며들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벌써 언론의 막강함을 실감한 여당의 몇몇 초선 의원, 

아니 (최동석 교수의 세련되기 그지없는 표현을 빌어) ‘등신’들은 이미 스스로 개 돼지의 지위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하는 거 보고 다음 선거 때 다시 떨어뜨리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민주주의라는 것이 중학교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피상적이고 단순할 때나 통하는 순진한 생각이다.

겉으로 보기에 사실상 양당 정치처럼 보이는 우리나라 정치판이,  사실은 투표를 통한 견제의 원리 같은 것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동화 속 세상과 거리가 멀다는 걸 알지 못해야만 꿀 수 있는 꿈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번 선거 결과가 우리 2~30대 청년들의 생각과 입장을 정확히 대변해주었다고는 믿지 않는다.

민주당에 정당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거나 허경영을 찍는 농담으로 의사를 표현했고,

실제로 언론의 선전선동에 휘둘린 젊은이들은 일부러 아저씨들 모여있는 이 커뮤니티에 찾아와서 분란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몇몇을 비롯한 소수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짊어질 진짜 똑똑한 친구들은 지금 이런 사이트에 기웃거릴 시간도 없으리라고 믿는다.

이번에는 그로기 상태의 적을 완전히 KO시켜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공이 울려버린 셈이지만,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상식이 승리하리라 믿는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 바이다.

* 간밤에 술 먹고 대체 뭔 짓을 시작한 건지...... 

제목부터가 중학교 2학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네요.

누다 만 것 같아서 1편은 마무리 했으나, 술김에 기획했던 다음 편은 다음 폭음시에 고려해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엄밀하게 자료 조사하고 주장의 정당성도 검증하면서 쓴 글 아니고 대충 떠오르는대로 끄적인 잡담에 불과하니 그냥 가법게 읽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