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 지키다 역풍...민주당 읍참마속 '고심'
심진용·박홍두 기자 [email protected]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여야의 속내가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심에 빠졌다. 도덕성 문제가 부각된 후보들을 마냥 엄호했다간 4·7 재·보선에서 확인된 성난 민심이 한층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은 ‘선택과 집중’ 기조 아래 민주당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민주당의 움직임에 따라 곧장 ‘일방독주’ 프레임을 재가동할 태세다.
여야는 5일 현재까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만 ‘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고용노동부 등 나머지 4개 부처 장관 후보자는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전날 청문회에서 과도한 두둔·옹호를 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한준호 의원은 “마리 퀴리 부인도 우리나라 과기부 장관으로 탈락”이라며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관련 의혹 등을 감쌌다. 해외 도자기를 외교행낭을 이용해 무더기로 들여와 판매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부인과 관련해선 어기구 의원은 “유럽 벼룩시장에 중고가 많다. 비싼 물건이 아니다”고 옹호했다.
막 출항한 송영길 대표 체제 입장에서도 이번 청문회가 첫번째 난관이 된 형국이다. 일방적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가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에선 민심과 괴리된 후보자들 중 한 명 정도는 (자진사퇴나 낙마 등) 결단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임혜숙 후보자와 박준영 후보자 두 사람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세웠다. 민주당이 예전 장관 후보자들처럼 일방처리에 나서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두 후보자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로선 오히려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자 관련 의혹이 민심과 크게 동떨어져 있어 향후 여론전에서도 부담 없이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상임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무난한 처리가 예상된다. 정부·여당의 ‘일방독주’를 보다 강하게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발목잡기’ 인상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안되는 사람은 안된다고 명확한 입장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힌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의 의중이 이같은 기조에 반영됐다. 국민의힘은 6일 의원총회를 열어 각 후보자들에 대한 방침을 정리할 계획이다.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결과는 6~7일 진행되는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무난한 통과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임혜숙·박준영 두 후보자를 두고 여야 공방이 격화된다면 김 후보자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무총리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 임명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야 충돌의 강도가 한층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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