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이 큰 여자 그리고 적은 여자

린다와 에스더와 함께 쿠칭의 산뚜봉 해수욕장을 간 적이 있었다. 배에서 내려 린다와 에스더는 몇번 와봤는지 능숙하게 목표를 잡고 우리를 인도하는데 모래 사장을 약 40미터 가로 질러가니까 허름한 집이 나왔다. 건축자재는 시멘트와 벽돌이었는데 그위에 칠한 도료가 거의 다 벗겨져 아주 오래된 구조물 같아 보였다. 그 건물 건너 편에는 화장실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여자들은 그 화장실로 직행하였다. 나와 박대린 여자들이 가져온 짐을 들고 주변의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 앉을 곳을 마련하여 주저 앉았다.

여자들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우리는 멀끔히 바라만 보았다. 나의 경험으로는 여자들과 같이 어딘가에 놀러간 것은 그 산을 좋아하는 여대생과의 기억 밖에 없다. 여러 명이 놀러 갈 때에는 나는 전혀 그 놀이의 준비라던가 하는 곳을 하지 않았기에 여자들이 화장실을 가는지 안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그 산을 좋아하는 여대생은 산을 올라가면서 툭하면 산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곤 했다. 나는 이유를 몰라서 몇 번 그런 행위를 하고 나온 그여자에게 물었다.

"그안에 떡이 있어요? 왜 자꾸 들어가는 거요?"

"그 이유를 몰라요? 소변 보러 가는 거에요."

"왠 소변을 그리 자주 보는 거요? 참 이상하네."

여자들은 방광이 남자보다 적은가 보다 했는데 남자 보다도 큰 방광을 가진 여자도 있다는 것을 알려 준 것은 나의 꿈속의 그녀였다. 난 그녀와 만나는 과정에서 딱 한 번 그녀가 화장실을 찾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내가 현대에 들어온 후였으니 그녀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근 10년 만에 그 일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별 일이 다 일어났는데 그녀는 한 번도 화장실을 찾지 않았었다. 정말 방광이 큰 여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당시는 제 2한강교 였던 다리는 나와 그녀의 추억의 장소였다. 시내에서 만난 우리는 추억의 장소 찾기에 돌입하였고 그래서 간 곳이 제2 한강교였다. 그 사랑이 가득 찼던 추억의 장소에 가면 그 사랑이 다시 올 것같아 우리는 갔지만 그 사랑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 버렸고 우리는 말없이 그 긴 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걸음이 빨라졌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 오히려 천천히 걸었는데 그녀는 짜증을 내면서 빨리 가자고 보챘다. 그런 보챔을 받아 본 지가 꽤 되어 나는 반갑기도 한 마음에 그녀의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추어 걸었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 다방이 보였다. 그녀는 나와 상의하지도 않고 그 다방으로 뛰다 시피해서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그녀는 화장실로 내뺏고 나는 자리에 앉아서 '왠일이지?'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이쁜 모습으로 내 앞에 와 앉았다. 나는 그녀에게 왜 서두름이냐는 너무나 당연한 의문을 제기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먼저 이야기했다.

"오빠, 내가 몬로 워킹을 했나봐. 저 남자가 계속 보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나는 그 남자를 노려 보았다. 그 남자가 나의 노려 봄을 돌려 주면 나는 그 남자를 밖으로 불러내 주먹을 날릴 셈이었는데 그 남자는 시선을 돌려 버렸다.

"몬로 워킹이 뭐냐?" 그제서야 나는 물어 보았다. 몬로 워킹?

"몬로 워킹을 몰라? 남자는 당연히 몰라야 하나? 마르린 몬로는 알지?"

"아마 알 껄?"

"그녀는 육체파 배우로 유명하지만 그녀의 걸음 걸이가 더 섹시하다는 거야.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걷거든."

"여자들이 다 그렇게 걷는 것 아닌가? 어떤이는 여자들은 추가 없어서 그리 걸을 수 밖에 없다고도 하더만."

"하 하 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아무튼 엉덩이를 심하게 흔드는 걸음걸이를 몬로 워킹이라고 하는거야. 근데 난 그렇게 안걷거든. 내가 그렇게 걷는 것 봤어?"

"난 뭐 네 뒤를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

"아까 정말 화장실 가고 싶었거든. 그래서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걸었었나봐."

그녀는 화장실 가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소변이 마렵다. 등의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녀 딴에는 소녀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항상 소녀이고 싶었던 그녀는 채 60이 되기 전에 소녀이기를 유지한 채 저 세상으로 갔다.

쿠칭의 두 여자는 자신들의 적은 방광을 자랑하면서 소변을 보고 나왔고 나와 박대리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남자들은 하늘 ㅂ보기를 잘해야 한다. 여자와 다닐 때는 여자만을 주시하거나 주위의 여자를 쳐다 보면 퉁박을 받기 일순데 그때 하늘 보기를 하고 있으면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