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수비수’ 유럽 진출 후 최악 굴욕

김민재 챔피언스 리그 4강 부진

한국 축구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는 거칠 게 없었다. 중국에서 뛰다 25세에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해 처음 유럽 무대에서 선을 보였다. 2021-2022시즌 튀르키예 리그에서 압도적 활약으로 2022-2023시즌 빅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 A 나폴리로 팀을 옮겼다. 나폴리에서도 맹활약하며 세리에 A ‘올해의 수비수’상을 받았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는 세계 최고 구단 중 하나인 독일 바이에른 뮌헨 러브콜을 받아 합류했다. 뮌헨이 구단 역사상 셋째로 많은 이적료인 5000만유로(약 722억원)를 지불했다.

몬스터도 인간이었어 - 1일(한국 시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에이른 뮌헨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경기에서 김민재가 페널티킥을 허용한 파울을 범한 뒤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그러나 1일 김민재는 유럽 진출 이후 최악의 밤을 보냈다. 이날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홈 1차전에서 연이은 실수로 2골을 헌납했다. 상대가 팀이 10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라이벌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라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었다. 김민재는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24분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가 상대 패스 길을 가로막았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김민재 뒤 공간으로 뛰어들어 갔고, 바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아 오른발로 깔끔하게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리로이 자네, 해리 케인이 골을 몰아쳐 뮌헨은 2-1로 앞서 나갔다. 이대로 승리를 거두나 싶었던 후반 막판 김민재의 또 다른 실책이 나왔다. 후반 37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드리블 돌파에 나선 레알 마드리드 호드리구를 김민재가 거칠게 잡아채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이는 페널티킥 판정으로 이어졌고 비니시우스가 동점골을 넣었다.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끝났다.

그래픽=송윤혜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에서 10년 동안 레알 마드리드를 넘지 못했다. 2011-2012시즌 4강에서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힘겹게 꺾어낸 게 마지막 승리 기억이다. 이날은 1차전 승리와 함께 기세를 탈 수 있었는데 김민재의 실수로 물거품이 됐다. 2차전은 레알 마드리드 원정 경기여서 더 험난하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김민재는 너무 탐욕스러운 수비를 펼친다. 압박 상황이 아니었기에 거기에서 김민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페널티킥을 헌납한 장면에 대해서도 “갑자기 불필요한 반칙을 범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매체 빌트는 김민재에게 6점을 줬다. 1~5점 중 낮을수록 좋은 평점인데, 6점은 패배 원흉으로 지목당할 때만 주어지는 이례적인 혹평이다. 빌트는 이날 신문 1면에 ‘김민재 대참사(Kim Katastrophe)’라고 적기도 했다.

김민재는 과감한, 또는 무모한 수비로 선수 생활 내내 지적을 받아왔다. 그로선 후반기 들어 주전 경쟁에서 밀리던 터라 더 악재다. 김민재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선발 출전한 건 이탈리아 라치오와의 16강전 이후 약 두 달 만. 이날 뼈아픈 실책을 연이어 저지르면서 남은 시즌 더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뮌헨 주장 마누엘 노이어는 “실수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김민재는 오늘 완전히 나쁘진 않았지만, 몇몇 중요한 장면에서 옳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축구에서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2차전은 한국 시각 9일 새벽 4시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