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인 알 릴라. 아랍어로 '여행'이라는 뜻입니다. <조남기의 알 릴라>에서는 현장을 떠돌며 보고, 듣고, 느낀 순간들을 카타르의 무덤덤한 더위처럼 담백한 에세이로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Look who we are, 우리가 누구인지 보아라.
BTS 정국은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식 사운드트랙 'Dreamers'를 열창했다. 흥겨운 멜로디로 사람을 홀려 반복재생을 강요케 하는 이 노래는 월드컵 시즌을 맞아 세계인이 즐기는 '메가 히트곡'이 됐다. 'Dreamers'는 현재 '유튜브 뮤직'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점유한다.
'Dreamers'에서 대중을 사로잡는 노랫말은 역시 'Look who we are'다. 우리가 누구인지 보라는,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자들을 찬양하는 대목이다. 마치 월드컵에 덤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한국은 대회 직전만 하더라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팀이다. 그러나 드라마보다 더한 조별 라운드를 거치며 주연급으로 격상했다. 덕분에 지금은 지구촌이 한국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에 속해 '대반전'을 일궜다. 포르투갈과 우루와이 같은 세계의 강호들,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와 한 조였는데, 예상을 뒤엎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우루과이전의 실력, 가나전의 투혼, 포르투갈전의 기적은, 한국이 어떠한 저력을 지닌 팀인지 세계에 다시금 보여줬다. 사실 한국은 종종 '세간의 예상을 깨뜨리는 팀'이다. 4년 전에도 그랬고, 1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고, 20년 전에는 '더했다.'
이제 또 하나의 기적을 준비한다. 오는 6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4시, 한국은 '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상대로 16강전을 치른다. 경기 장소는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 974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브라질전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예고했다.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주인공 황희찬은 "즐길 생각 없다"라는 각오까지 일찌감치 드러냈던 바 있다.
브라질은 명실상부 세계최강이다. 부상자가 속출했어도 스쿼드가 워낙 두터워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축구왕국'은 전 세계에서 어떤 나라가 대결을 신청한다고 한들 그들 모두를 섬멸할 힘을 지니고 있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그렇다.
하필 이런 국가가 한국의 16강 상대국이라는 게 야속하긴 하다. 그래도 괜찮게 생각하면 또 괜찮다. 어차피 벤투호의 확률은 언제나 낮았다. 브라질전 또한 이미 숱하게 경험했던 어려운 게임, 그런 기억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익숙한 도전'일 뿐이다.
지난 4일 브라질 공식 훈련장에서 만났던 한 이란 출신 기자는 한국이 브라질에도 충분히 승리할 여지가 있다는 '제3자의 시선'을 전해왔다. 자신이 브라질-카메룬전을 직접 봤는데, 로테이션이기는 했어도 생각보다 브라질의 실력이 별로였으니, 한국이 포르투갈전처럼만 한다면 능히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조만간 킥오프 휘슬이 울릴 브라질전은 사실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는 경기일지도 모른다. 강적 중 강적이니, 모든 힘을 끌어모아 대적하는 길뿐이다. 그래도 단 한 가지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긴 하다. 한국이 어떤 팀인지 브라질에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태극전사의 매운맛만큼은 경기 중 확실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보다 뿌듯하고 확신에 찬 마무리, 나아가 다음의 발전까지 기약할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의 한국은 한국이 무엇인지를, 누구인지를 보여줬다. 어떤 경기를 하고, 얼마나 조직력이 뛰어나며, 마음을 먹으면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이젠 그 기세에 내친 김에 좀 더 불을 붙여볼 때다. FIFA 랭킹 1위라는 브라질. 지금 한국의 기세라면 '압박감'보다는 '자신감' 속에 브라질리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게 틀림없다.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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