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의 '새해 축포'는 터지지 않았다. 어느덧 공식전 8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결정적인 기회를 기대해볼 만한 장면들은 적지 않았다. 다만 손흥민을 향한 마지막 패스가 아쉬웠다. 가장 합이 잘 맞아야 하는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34)의 선택이 번번이 손흥민의 공격 흐름을 끊어냈다.
무대는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홈경기였다. 지난 시즌 '해트트릭(3골)'을 기록했던 상대인 만큼 손흥민도 자신감을 한껏 품은 채 맞이한 경기였다.
특히 손흥민은 전반 18분 스스로 안면 보호 마스크를 벗어던져 화제가 됐다. 자칫 더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을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마스크를 벗었다. 부상 위험보다는 제한적인 시야가 더 신경이 쓰였다. 득점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손흥민의 '투지'였다.
손흥민의 불타는 의지에 번번이 찬물을 끼얹은 건 페리시치였다. 이날 손흥민은 왼쪽 공격수, 페리시치는 왼쪽 윙백으로 나란히 선발로 나섰다. 가장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두 포지션. 그러나 손흥민과 페리시치는 상극 수준으로 호흡이 맞지 않았다.
페리시치의 공격 본능은 여전했다. 손흥민과 동선이 자주 겹칠 정도였다. 경기 후 공개된 선수들의 평균 위치는 손흥민과 페리시치가 얼마나 맞지 않는 조합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페리시치의 위치는 공격수인 손흥민의 위치였다. 손흥민이 페리시치에 가려질 정도로 둘의 동선이 겹쳤다.
비단 위치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을 향해 패스를 전달해야 할 때마다 페리시치의 선택은 늘 한 박자씩 느렸다. 전반전 역습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측면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페리시치의 패스는 한 박자 느리게 손흥민에게 향했다. 손흥민에게 바로 패스를 건넸다면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 페리시치의 뒤늦은 패스에 손흥민도, 팀도 공격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
후반 24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상대 최후방 수비수 2명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페리시치의 패스는 손흥민에게 바로 향하지 않았다.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가 연결됐다면 손흥민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페리시치의 패스는 또 한 박자 느리게 손흥민에게 향했다. 손흥민은 이미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뒤늦은 패스 타이밍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 이유였다.
결국 손흥민은 이날 풀타임을 뛰고도 프리킥과 중거리 슈팅만 기록했을 뿐 더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는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 물론 팀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워낙 떨어지긴 했으나, 지극히 정상적인 타이밍에 패스만 전달됐다면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장면들이 적지 않았기에 페리시치의 판단들은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손흥민이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한 세 경기는 모두 페리시치가 왼쪽이 아닌 오른쪽 윙백으로 나섰거나 결장한 경기들이었다. 손흥민과 페리시치가 나란히 왼쪽 측면에 선발로 나선 13경기에선 전부 손흥민이 침묵했다. '상극'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이날 토트넘은 아스톤 빌라에 0-2로 완패, 월드컵 이후 2경기 연속 무승(1무1패)의 늪에 빠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빼앗긴 4위 탈환은커녕 한 경기 덜 치른 리버풀에 2점 차로 쫓겨 6위 추락 위기까지 맞이했다. 토트넘은 오는 5일 오전 5시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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