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파리바게뜨, 교섭대표 아닌 소수노조와 협약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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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파리바게뜨, 교섭대표 아닌 소수노조와 협약 유효”
수정 2024-06-14 19:30 등록 2024-06-14 18:52

가처분 판단 뒤집어…소수노조 권리 폭넓게 해석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등을 고용하는, 에스피씨(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와 회사 내 소수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체결한 노사협약이 유효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선 가처분 판단에서는 화섬식품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아니란 이유로 노사협약이 무효라고 봤는데, 뒤집힌 결과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3부(재판장 송인권)는 14일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 피비파트너즈와 화섬식품노조를 상대로 낸 노사협약 및 부속협약 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회사가 소수노조와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피비파트너즈는 복수노조로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조직돼 있고, 교섭대표노조는 피비파트너즈노조다.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 인정되는 것이지, 이와 무관하게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따라서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이유로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가 회사와 노사관계에 관하여 협의하는 것 자체가 항상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노동조합법령에 노조와 회사 간 근로조건 등에 관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순한 교섭 내지 의견청취마저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며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라도 회사와 노조 사이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아닌 고충처리 및 의견 청취는 허용된다”며 소수노조의 권리를 폭넓게 해석했다.

앞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자 2018년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가맹점주, 회사는 파리크라상이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21년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두고 회사와 화섬식품노조가 갈등했고, 2022년 11월 노사합의를 체결했다. 이 노사협약서에는 회사와 화섬식품노조 간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 구성과 노사간담회 운영, 대표이사의 부당노동행위 사과, 관련자 인사 조치, 노조 활동 보장 등 내용이 담겼다.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이에 대해 해당 노사합의는 사실상 단체협약이고 이로 인해 교섭대표노조 교섭권이 침해됐다며 노사합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냈다.

피비파트너즈노조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해 2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노사합의 효력을 정지시켜 논란이 됐다. 당시 법원은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지는 피비파트너즈노조 없이 교섭권 없는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교섭하고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피비파트너즈노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김해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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