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합법화하면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런데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의 중증 환자가 질병의 호전을 사실상 포기하고 현 상태 유지를 위한 치료만 한다면 이 역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또한 지속적 식물인간상태의 환자 역시 누구보다도 연명의료중단을 희망하는 환자일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말기환자를 연명의료중단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Ⅰ. 서설
미국의 자연주의자 스콧 니어링(1883~1983)은 이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여든에 자신의 죽을 계획을 글로 써놓았는데 주된 내용은 자신이 죽을 때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고 싶다는 것과 어떤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 없다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그는 백 살 생일이 다가오자 단식을 시작했고 3주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니어링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즉 병으로 고통받으며 죽음을 맞이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편안하게 잠자듯 생을 마감하길 바란다.
이처럼 한 인간으로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 사회는 안락사, 존엄사, 웰다잉, 연명의료중단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논의 과정을 거쳐 제정된 법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라 한다)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된 후 5년이 지난 2023년 12월 기준 연명의료 유보 또는 중단을 실행한 사례는 30만여 건에 이르고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연명의료중단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보장하려는 시도이다. 헌법재판소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있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대법원 또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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