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히키코모리로 갈 뻔 했었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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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20대 초반에 게임에 빠져 있었습니다.

밤에는 FPS를 하고 아침에 잠들어서

다들 출근하고 학교 간 시간에 기어나와

거실에서 어머니가 해두고 가신 반찬에 밥을

먹었죠.

거의 3년을 히키짓을 한 거 같았습니다.

몸은 완전히 비계덩어리가 되구요.

물론 지금도 100kg을 넘는 뚱뚱한 몸이지만

지금은 대기업과 금융지주사들과 공공에

시스템을 개발해 주고 다니고

그때는 밤에 게임하고 아침에 자고

낮에 아무도 없을 때 거실에 기어나와

밥 먹고 하던 인생이었죠.

가끔가다 용돈이 필요하면

아버지 몰래 어머니에게 부탁하고

어머니는 몇 만 원씩 쥐어주시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어머니께서 헬스장이라도 나가자고 했죠.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뚱뚱한 오타쿠의 전형인데도

쿰척거리며 운동하는데도 눈치를 안 준 이유는

한동네에서 오래 살았고 그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몸 좋던 아저씨 아줌마들이 다 엄마 이웃분들이었더군요.

저는 아무런 눈치도 안 받고 어느 순간 밤에 자고

아침에 다들 나가고 난 뒤 혼자 밥 먹고

가서 운동하고 낮에 혼자 밥 먹고 낮에 또 가서 운동하고

밤에는 방에 틀어박혀 있는 인생을 지냈죠.

그러다가 알바라도 해보라는 말에

대형마트 주류코너 담당, 백화점 주차장 관리, 건설현장 잡부,

물류센터 일용직, 인쇄소 일용직 등 별의 별 걸 다 해봅니다.

운동을 하도 했더니 건설현장이나 물류센터에선 크게

쿠사리를 먹지 않았습니다.

굳이 들은 건 그렇게 집어던지지 말라고.

자재 상한다고 하는 말이나 상품 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근육질이었죠, 그땐.

그러다가 공부해서 대학 갑니다.

3년은 장학금을 받았고 마지막 1년은 못 받았습니다.

군대 가서 느낀 것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어서

20대 중반부터 공부에 올인했고

지금은 기술기업 사장이 되었죠.

개인사업자입니다.

저는 인생에서 2~3년 히키코모리 짓을 하며

대부분의 친구관계도 끊기고 많은 것이 늦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정말 서늘하더군요.

그때 까딱 잘못하면 나이 40 먹어서도 집에서

부모님 연금으로 용돈 받으며 게임하고 커뮤하던

인생이 될 뻔 했었습니다.

어머니 손 붙잡고 헬스장에 끌려가

어머니 동네 이웃 분들의 눈에 안 보이는 배려를 받으며

단골들이 다 어머니 아버지 이웃들이어서

헬스장 트레이너가 저한테만큼은 한 달 동안

무료 PT까지 해주는 호사도 누려가며

운동을 했던 게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난 계기였습니다.

제가 그 헬스장만 거의 3~5년 다닌 거 같네요.

운동이 히키짓 벗어나는데 참 좋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운동하면 물류센터나 건설현장 같은데서

무척 좋아하고 일용직으로 일 구하면

일용직 사장들이 겁나 좋아합니다.

힘 잘 쓰게 생겼다고.

군대 가서도 대대장과 중대장과 행보관과 주임원사가 좋아했죠.

3명 분 작업을 혼자서 다 한다고.

힘 좋고 체력 좋다고 좋아했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까 워드프로세서 따고 나니

행정병으로 들어앉는 저 자신이 되더군요.

그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