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많은 분들이 해피엔딩을 원하셨지만, 영화같은 결말은 맞기 어려울지도 모를거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후기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그분 집에 입성하고 나서 이틀정도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가 입성하자마자 감기가 걸려서 좀 골골거렸는데... 알뜰살뜰 병간호를 해주시고 사랑스러운 시간도 정말 많이 보냈습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해주시긴 했지만, 약간 엄마 같은 간호긴 했습니다.(화내면서 걱정하는 스타일)
그래도 전 절 너무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죠.
어쨋든 그분 간호 덕에 건강도 금새 회복했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한것이죠.
일전에 말씀드렸었지만, 그분은 신경성 어쩌고 관련 문제를 가지고 계십니다.
뭐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민한 신경때문에 몸에 관절과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문제였는데...
사건이 발생전까지는 단순히 아 이런 질병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이게 약간 우을증(?) 같은거더군요.
우선 그분께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예민하고 우울하신 분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제가 그부분을 케어해줄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그분은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다 라고 포기해버리셨다는 거죠.
최선을 다해 그분을 이해하고 극복해보고자 했지만
그분이 업무적 스트레스나, 사적인 스트레스가 생기는 날이면...
조금 무서울 정도로 예민해지고 돌변하셨습니다.
뭐랄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해결하거나 푸는 스타일 보다는 축적되는 느낌이랄까.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나면 다른 별거 아닌거에 더 큰 화가 나고 그 더큰 화는 더 큰 화를 부르고...
5년 전쯤 한번 이런 사태가 발생해서 치료 받았었다 하던데... 하필 제가 그분 집에 들어간 다음에 또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설상가상이었습니다.(새해 시작과 긴 연휴 이후라 업무적 스트레스+ 가족문제+자유로운 제 삶을 보고 느끼는 삶의 회의감과 절망감)
물론, 제가 너무 편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 릴렉스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는 하지만...
이게 왜 잘못된건지 모르고 그렇게 행동하는건 그저 무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짜증내시고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주셨어도 ㅠㅠ)
그걸 다 받아주기에 제 그릇과 상황이 녹록치 못했습니다.(저는 편한 사람에게 막대하는거 엄청 싫어함)
첫 몇번은 그래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우쭈쭈쭈 최대한 그분 기분을 맞춰주려고 했지만,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삶의 회의감을 느끼고 다 내려놓고 떠난 여행에서 또 다시 이런 삶을 시작하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분은 사적인 공간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신 분이었습니다. (여기서 사적인 공간과 시간은 철저히 혼자만 있는 공간과 시간)
하지만 원룸에서 누군가랑 같이사는데 집에서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저를 받아주실떈 사랑에 눈이 멀으셨던거죠...현실이란 장벽에 너무 빨리 꺠져버렸지만)
그래서 제가 다른 숙소를 알아보기로 결심하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또 싫어하시더군요. 함께 있고는 싶고, 하지만 사적인 시간과 공간은 필요하고...
저로써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이래도 결국 스트레스, 저래도 결국 스트레스...
대화를 통해 잘 설득해보고자 했지만, 언어장벽의 문제와 그분의 사적인 문제로 인해 결국 타협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뭐 사랑하면 다 극복할 수 있다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이 모든걸 감내하기에는 정말 쉽지가 않더군요...
아무튼 대화로는 절대로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고, 하루하루 밤에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는 불편한 시간을 보내다가...
그분이 친구 만나러 간 사이에 조용히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놓고 저는 호스텔을 잡고 집을 나왔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최대한 제 진심어린 마음을 적어놓고 나왔고, 그분을 떠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위해서 저는 제가 맘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나온것인데... 그분은 제가 도망친거라고... 여행자니까 그냥 이렇게 떠나버리면 된다고 생각하시는것 같더군요.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시 대화를 하기에 저도 지치고, 이미 그분을 위해 여행 일정도 많이 변경된 상태라...
더이상 해명이나 설득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 등 재화를 투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뭐 이마저도 여행의 일부분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영화같이 아름다운 결말을 맞았으면 좋았겠지만,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장벽, 그리고 성격적 장벽이 모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만큼 저희가 아름다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행복했고,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분에게 언젠가는 제 진심이 전달되길 바라고, 그분의 삶을 계속해서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길 바라며...
저는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한 채 며칠 뒤 다음 여행지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타이밍이 안맞았거나 인연이 아니었건거죠)
기대하셨던 엔딩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말 인연이라면 언젠가 오해가 다 해결되고, 한국에서든 유럽 어딘가에서든 다시 만나겠죠.
짧은 시간동안 많은 댓글로 조언과 응원 해주신것, 많은 도움 주신것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럼 다들 행복한 주말되세요.
*3줄 요약
-동거가 시작되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발생
-타협점을 찾지 못해... 결국 숙소 옮김.
-인연이라면 언젠간 해결되고 만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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