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컴퓨터 리테일 비지니스를 운영하던 집사님이 계셨다. 나이는 나 보다 열댓살 많으신 분이었는데, 어찌저찌 서로 알게되어 가게도 몇번 방문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 분은 신앙이 어찌나 독실했던지, 입에 늘 '주여'를 기본 추임새로 달고 살던 분이었다. 말투도 딱 성직자 말투에 심지어 웃음소리 조차 성직자 같았으며, 그 분 집무질 데스크엔 항상 복음성가가 나즈막히 흘러나왔다.
그 가게에는 또 한분의 독실한 신자가 계셨는데, 함께 일하던 전도사님이 그 분이었다. 나이는 사장 보다 조금 어렸지만, 그 분도 신앙심 면에서는 집사님 못지 않았다. 평소엔 비교적 과묵하다가도 어느순간 불쑥 찬송 한 두 구절을 홀로 읍조려 주위를 환기시키곤 했고, 식사 때 마다 집사님과 함께 누가 기도를 더 길게 하는가를 겨루던 분이다. 식사 후에는 늘 그 전도사님 주도로 설교가 시작되곤 했는데 평소 말이 많던 집사님과 묘한 경쟁 구도도 느껴졌었다.
그 분들 가게는 금요일 점심을 항상 사장이 피자를 주문해 함께 먹는 문화가 있었는데, 어느날 나도 그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직원들과 조금 안면이 생겨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한 인도 출신 직원이 대뜸 한국에서 가장 흔한 욕이 뭐냐고 물었다.
그 물음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씨발'이 튀어 나왔고, 그 곳을 따라간 내 눈이 멈춘 곳은, 다름아닌 과묵한 전도사였다.
당혹감이 미쳐 내 머리로 채 전달되기도 전에 다시 어디선가 튀어나온 탄식과 같은 '주여'... 보지않아도 집사님이 분명했다.
물론 그 전도사님은 오직 동료의 질문에 빠른 답을 주고싶은 일념 뿐이었을 거고, 집사님은 그 전도사님의 은혜로운 답변 속도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음이 틀림없다.
가게에 퍼졌던 그 찬라의 정적과, 뒤이어 누군가 입에 물고있던 음료수가 분무되는 소리, 누군가
사래에 걸려 콜록대는 소리로 가게는 잠시 술렁였고,
나는 내 입에 아무것도 없었음에 감사해야 했던....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않는 캐나다 생활의 한 페이지 중 하나로 남아있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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