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시약으로 범행을?…'생수병 사건' 미스터리

  [서울=뉴시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생수병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아지드화나트륨을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화면 갈무리)

'생수병 독극물 사건'의 용의자는 인터넷 시약 전문 쇼핑몰에서 독극물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 범행에 대한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유독물질은 소량에 불과한데 어떻게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는지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26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용의자 A씨의 집에서 발견된 유독물질 아지드화나트륨은 엄격하게 유통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유독물질'이다. 살충제·살균제의 원료로 쓰이거나 병원이나 실험실에서 조직이나 세포 실험을 할 때 사용되는 물질이다. 섭취했을 때에는 구토나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지드화나트륨은 기술·인력 등을 갖추고 영업허가를 받은 사업장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 인터넷 판매는 시약 등 소량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아지드화나트륨을 판매하고 있는 시약 쇼핑몰들도 25g 단위의 소량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A씨가 아지드화나트륨을 사용해 범행을 했더라도 많은 양의 유독물질을 사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약회사에서 제공하는 물질안전정보 자료를 보면 한 번 섭취하고 사망할 수 있는 급성독성값은 '2000mg/kg' 이상이다. 체중이 60kg라면 치사량은 120g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이 때문에 범인이 여러 종류의 독성물질을 함께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씨의 방에서는 아지드화나트륨 외에도 수산화나트륨과 메탄올 등의 유독물질이 발견됐다. A씨가 사망 전 쓰던 휴대전화에서 독극물 관련 논문을 검색한 기록도 발견됐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 교실 박은정 교수는 "급성독성값이 kg당 2g이라는 것은 하나의 성분만 있을 때이고 중금속 또는 다른 화합물이 함께 있었다면 독성값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밖에도 피해자들이 마셨던 생수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던 점 , 범인이 일반적으로 경구(입으로 섭취)를 통한 위험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지드화나트륨을 사용한 점 등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박 교수는 "아지드화나트륨은 호흡 시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해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방해한다. 일산화탄소나 헬륨가스도 이런 식으로 우리 몸에 독성을 유도한다"며 "독성은 흡입 노출에 대한 우려가 우선적이고 음용수나 식품에 의한 것은 그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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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생화학을 전공했고 학부 때 Toxicology(독성학)을 배웠지만 의문이 생겼던 사건입니다. 

대학원에선 제약학을 전공했구요.

저만 이상하게 생각한 건 아니였더군요.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0808349655703&SITE=CLICK

https://ir.ymlib.yonsei.ac.kr/bitstream/22282913/106601/1/T200800419.pdf

과거 아지드화 나트륨 음독 추정 사망 사례가 있긴 합니다. 용의자 A씨가 검색한 논문일까요.

2008년 대한임상독성학회지에 보고된  아지드화 나트륨(sodium azide) 음독 후 사망한 1례입니다. 

31세의 여성환자가 내원 20분 전에 '아지드화 나트륨'이라고 표기된 빈 약병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며 당시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토 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긴급치료를 수행한 지 10분 정도 경과되었을 때 급작스런 저혈압 증상과 심정지가 발생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는데.

주목할 부분이 당시 소생술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가운과 장갑,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눈의 작열감과 피부의 따가움, 가려움증과 두통을 12시간 이상 가까이 호소했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odium_azide

일단 '아지드화 나트륨'은 화학식이 NaN3인 무기화합물이구요. 특성상 물에 잘 녹고 무취에 무색에 가까워집니다.

미국에선  Sodium azide, '소디움 에이자이드'라고 부르죠.

질소 가스로 빠르게 분해되는 특성이 있어  최근엔  에어백의 제조 산업에 많이 이용되고 있고 

(참고로 아지드화 나트륨이 불꽃과 만나 반응하는 속도는 0.03초 이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 보도된 대로  고제초제, 살균제 및 살선충제를 만드는 농산업, 용존 산소 측정,

그리고  실험실 또는 병원의 진단 검사실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이 화합물에 노출되어 독성에 의한 사망 사례가 있긴 합니다.

유기화학을 공부한 분이라면 익숙한 물질일 겁니다. 예를 들자면,

전자가 풍부한 친핵체(nucleophile) 성질을 이용한 대치(Substitution), 재배열(Rearrangement), 환원작용(Reduction) 같은...

혹은, 아래처럼 에폭사이드 링을 여는 역할 등등등.. 반응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전 실험실에서 genome mutagen(유전체 돌연변이원)으로 많이 썼습니다.

아직 아지드화 나트륨의 해독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생체 내에서의 독성에 대한 정확한 기전은 명백하지 않지만, 

시안화물(cyanide) 작용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구요.

1유로센트 동전과 볼펜심 사이에 두고 비교한 치사량을 넘는 시안화 칼륨 결정의 양.

청산가리도 해독제는 있습니다. 손 쓸 시간만 있다면 말이죠.

대표적인 해독제가  사이오황산나트륨( Na ₂ S ₂ O ₃ ). 

청산가리뿐만 아니라 모든 시안화물 중독의 해독제로 기능합니다.

다만 이미 청산가리 중독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세포질식을 막기엔 늦습니다.

병원에선 의료진이 메트헤모글로빈을 생성, 시안화기를 결합케 하여 

세포질식을 방지하는 (가공육류에 방부제로 들어가는)아질산나트륨( NaNO ₂ ), 활성탄 등의 물질을 병용하고 

추가적으로 산소 호흡기를 부착해 세포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산소에 노출되게끔 하죠. 

시안이온이 철 이온과 잘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겁니다.  

아질산염 단독으론 작용이 느리고 정맥주사로 주입해야 되고 제약이 많은데

그나마도 한계 시간(critical time)이 있어서 그 시간을 넘기면 해독제고 뭐고 손 쓸 도리가 없습니다. 

2006년에 미국 FDA의 인증을 받은 해독제가 개발되는데 주 성분은 비타민 B12a. 

비타민 B12a가 시안화이온과 결합하면, 

우리가 비타민제에서 흔히 사용되는 형태의 비타민 B12로 바뀐 후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안전하게 배출되죠.

하지만 이 또한 골든타임을 넘기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구요.  

아지드화 나트륨이 에어백에 사용되면서 이용이 점차 증가 되고 있고 

실험실 밖에서 노출에 의한 위험성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겠죠. 

아직 명백히 밝혀진 독성 기전 및 해독제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접촉을 하지않는) 예방이 최선 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