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형그랜저는 과연 잘 나온 차일까 [자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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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ing : 좆문가가 쓴 글이니 걍 재미로만 봐주세요

몇 달 전, 저는 새로 출시될 2023 신형 그랜저에 대해

댓글들로 관심을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제 생각은 이러했죠.

이번 신형 그랜저는 현대가 여태 해 온 것처럼

대중적인 디자인과 좋은 승차감, 중형차보다는 살짝 높은 가격대로

중장년층에 어필하며 보장된 판매량을 확보, 안전한 매출을 가져갈 수 있는데

아니 뭔 바람이 불었는지 이번에는 큰 변화를 시도했다 하네.

그래서 자금도 부족한데 걍 그랜저로 갈까 하는 정도?

2020 제네시스 G80이 출시된 이후,

그랜저는 시각적으로, 그리고 가격면에서도 G80에 확실히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중장년층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였던 그랜저가

떠오른 신예 G80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 것이죠.

국산 럭셔리 세단의 자리가 교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그게 좀 슬펐습니다. 아주 먼 옛날 우리 아빠차가 그랜저였거든요 ㅎ

그런데, 이번에 기존의 익숙함을 치워버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

더 커진 전장과 전폭으로 출시된다니 그야말로 반가운 풀체인지 아니겠습니까?

제네시스가 자사 브랜드이긴 해도 그래도 그랜전데...

이대로 도태되는 줄 알았던 차가 멋지게 컴백해 줄 것만 같고

풀체인지를 넘어, 어쩌면 G80과도 맞짱을 뜨려는 건 아닐까 하는 섣부른 기대도 해봤죠.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습니다.

좋은 차가 하나 생겼는데, 아랫급으로 떨어진 차가 경쟁해서 비슷한 급이 된다는 거 말이죠.

국산 럭셔리세단의 자리를 탈환하고자 하는 구세대의 도전은 그렇게 제 흥미를 끌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2023 그랜저는 확실히 달라진 디자인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대폭 높아진 보닛이 앞뒤 도어를 지나 후면 트렁크까지 그대로 이어져

전체 바디라인을 올려놓았습니다. 이는 차의 볼륨이 커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후면부 라인은 쿠페처럼 가파르게 떨어지고 리어 오버행은 전보다 짧고 날렵해진 느낌입니다.

길에서 봤을 때, G80과의 차폭 차이로 인해 도로 위에 놓인 안정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풀체인지가 맞긴 하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굳이 전작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 그랜저는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거니까요.

헌데, 여기서부턴 좀 다릅니다. 호불호의 영역이 시작되죠.

최근의 반응들을 보니 램프 얘기를 가장 많이 하시더라구요.

프런트와 리어의 LED 램프가 더욱 길어지고 심미적 완성도도 높아졌습니다.

중후함이 사라진 대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얻었죠.

(캘리그라피 모델의 래디에이터 그릴은 꽤 묵직해 보이고 좋습니다.)

                                            그런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선 좀 씨게 넘은 거 아닌가요?

                                왜 전면부 갖고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막상 이런 모양을 보니, 패밀리룩으로 뭉뚱그려 받아들이기엔 뭔가 거부감이 듭니다.

사람들의 반응도 역시나 '별로다' 라는 의견이 많이들 보입니다.

오죽하면 '짓눌린 스타리아' 라는 별명이 붙었겠습니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신선한 미래지향적 느낌은 오래 유지되지 못합니다.

1세대 그랜저를 재해석한 복고와의 융합 시도인지는 몰라도

수십년 전의 차들에서 많이 보이던 오페라글래스를 채택한 것입니다.

※ 요즘엔 세단이든 SUV든 C필러 뒤 오페라글래스는 없거나 가려져 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뒷좌석에 기대 시트를 한껏 젖힌 뒤, 눈에 비친 손바닥만한 시야를 보며

기능도 떨어지는데 이걸 굳이 오픈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팎으로 상당히 '언밸런스' 합니다.

제가 차주라면 그냥 필름을 발라 창을 가려버렸을 것 같습니다.

오페라글래스는 레트로 디자인 테마에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괜찮으면 쓰고 필요 없으면 막든가 뭐 이런 식?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얘기해 볼 것은 그랜저라는 차가

과연 풀체인지를 외친 만큼의 질적 향상이 실제로 있는가 하는 것이죠.

주행성능, 안전장치, 편의성, 경제성 등 다양한 평가 항목이 있지만 (안전은 디폴트로 간주)

(전 좆문가니까 종합적인 평가는 무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은 역시 만족스런 성능에 얹힌 운전자의 승차감 아니겠습니까?

먼저 스펙을 살펴봅니다.

신형 그랜저는 2022 그랜저에 비해 전장은 45mm , 축거는 10mm가 늘어났습니다.

축거를 제외한 35mm는 앞이든 뒤든 오버행이 더 늘어났을 겁니다.

이건 승차감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엔진을 봅시다.

2.5 리터 엔진은 여전히 있고

3.5 Lpi, 1.6 하이브리드, 3.5 가솔린과 3.5 가솔린 AWD가 생겼습니다.

어이구 1.6 하이브리드 어서 오고~ 1.6 으로 다운해서 세금도 저렴한데 힘도 저렴해서 좋겠네~ (농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사륜구동(AWD)이 새롭게 나왔다는 겁니다.

뭐 이건 제가 못 타봐서 정확히 말하기는 힘듭니다만,

구매자의 선택폭을 넓힌 좋은 시도라 하고 싶습니다.

가격을 봤습니다.

음... 많이 올랐습니다. 가격이 오른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넘깁니다.

그렇다면 실제 승차감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타 봤습니다.

높아진 바디라인에 놀라며

전보다 살짝 무거워진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기분탓인가? 암튼 유리에 손대기 싫어서 도어 끝자락 금속부분을 잡고)

인조가죽으로 감싼 시트에 착석합니다.

설렌 맘으로 핸들을 쥔 채, 스타트버튼을 누르자 부드럽게 시동이 걸립니다.

소리는 가솔린 엔진이므로 전과 차이가 없습니다.

엑셀에 발을 얹고 서서히 출발해 큰 도로로 쭉 나갔습니다.

그렇게 약 한 시간 정도를 달렸습니다...........

소감이 어땠을 것 같으십니까?

타 본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제 느낌엔 전 세대와 똑같았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요.

차의 무게감도 가속력도 전부 바뀐 게 없습니다.

뭔가 향상된 주행 질감을 기대했었는데 더 나아진 걸 모르겠습니다.

주행모드가 달라서 그런 거 아니냐? 라고 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가장 편하다는 컴포트로 놓고 달렸으나 이전과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게 뭘까? 왜 이렇게 똑같지? 풀체인지라면서?

제 차가 아닌데도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승차감이 똑같다면 그럼 가격 메리트는 있을까 싶어

대충 웃어 넘겼던 가격을 다시 봤습니다.

6세대 그랜저 3,392만으로 시작

※ 가장 많이 팔린 트림 : 그랜저 르블랑(2.5리터 가솔린) 3,622만

7세대 그랜저 3,716만으로 시작

※ 가장 많이 팔린 트림 : 기본+프리미엄초이스 3,846만

기본가는 324만 차이

최다 판매 트림에서 가격 차이 224만

물가와 임금의 상승을 고려하면 큰 거부감은 들지 않습니다. 한국에선 으레 있는 일이잖아요...

참고로,

6세대 그랜저 HEV 캘리그라피 풀옵은 4,934만원이었습니다.

그래도 얘는 양심적으로 5천은 넘지 않았습니다.

반면,

7세대 디올뉴 그랜저 1.6 HEV 캘리그라피 풀옵

+ 파노라마 선루프 120만

+ 'HUD+빌트인캠' 하이테크 패키지 150만

+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2 130만

+ 뒷좌석 전동식 도어커튼 50만

+ 무광컬러 20만

합이 5,734만원이 됩니다. 이 가격에 취등록세를 더하면

약 6천만원짜리 그랜저를 사게 되는 겁니다. (법인, 장기리스 제외)

역설적인 건, 가장 비싼 그랜저를 샀음에도 이 차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HEV 하이브리드 모델은 뒷좌석에 배터리가 있어서 2열엔 통풍시트와 리클라이닝 기능을

쓸 수 없다고 합니다.  풀옵션 맞나? 거참

이 차를 의전용으로 썼을 때, 하이브리드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건 좀 억울하죠.

※ 3.5리터 가솔린 풀옵AWD 모델 가능 / 풀옵 가격은 5,600만원)

와, 이 돈 주고는 그랜저 안 사지 싶어서 

가격대만 놓고 수입차를 본다면 이게 또 애매한데

풀옵 그랜저가 6천만원이고 다른 데로 눈을 돌리면,

비엠따 : 520i 시작가 6,700만 (600~700만 정도 할인 고려해도 비쌈)

렉서스 ES시리즈 : 생긴 건 영 아닌데 얘 비쌈

벤츠 E클래스 : 역시 벤츠는 많이 비쌈

아우디 : A6, 요즘도 많이 삽니까?

볼보 : S60, S90 수수한 외모에 부담스런 가격

폭스바겐 : 그나마 덜 딱딱한 아테온이 비빌만한데 중고가 방어를 생각하면... 흠

르노, 푸조, 피아트 : 유러피언 감성은 물러가라

테슬라 : 6천으로 살 수 있는 차가 없음

그랜저의 가격정책은 절묘합니다.

[외딴 길]

살짝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지만, 

승차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그랜저에 내심 기대를 했더랬습니다.

디자인과 함께 차급을 넘어서는 혁신을 보여줄거라 믿었습니다.

G80에 넘겨준 럭셔리세단의 지위를,

탈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근접할 수 있는 혁신 말입니다.

타보고 느낀 G80과의 차이는 대체 뭘까 싶어서 좀 찾아봤더니 뭔가 있긴 하더라구요.

1. 구동방식과 서스펜션

그랜저는 전륜구동 전륜 맥퍼슨 / 후륜 멀티링크

G80은 후륜구동 전,후륜 멀티링크

2. 그외에도 차량 서브프레임 설계방식, 소재의 차이

G80의 저중심 설계 - 언스프렁 매스, 현가하지량이라고 하던데

서스펜션 높이보다 낮은 설계를 뜻한다고 합니다.

3. 그 외 자잘한 차이점

풍절음 차단 방식 / 더 향상된 스티어링휠 / 진동 차단 설계 등

전문적인 내용과 수치는 생략하였습니다.

수시간을 검색해 읽어본 결과 얻은 내용이고

왜 승차감의 차이가 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안타깝게도 신형 그랜저와 G80의 차이는 현격합니다.

비록 제 지식이 미천할 지는 몰라도 실제로 타 본 제 엉덩이는 정직하니

본 게시글에 거짓이 없었다는 점만은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결론]

중옵 그랜저는 이제 4천만원 시대가 열렸고

호화롭게 타려면 5천 이상은 지불해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이번 2023 신형 그랜저는

내실만 따져보면 풀체인지에도 불구, 포장지만 바꾸고 가격은 이빠이 올린 꼴.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12월 국산차 판매 2위(8,917대)를 기록

떠도는 일부 여론과는 달리 실제 판매량은 반비례, 충성도 높은 구매층이 존재한다는 사실

가격대에 비해 큰 사이즈, 넓은 실내, 다양한 옵션 등이 크게 어필한 듯 보임

게다가, 얼굴은 바뀌었어도 그랜저의 네임밸류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는 것.

※ 본 잡설을 쓰기에 앞서 탑승한 차량

6세대 그랜저 : 거의 모든 트림 탑승, 주행거리 수천 km대

신형그랜저 2.5 가솔린 / 3.5 가솔린 8회 탑승, 주행거리 약 120km

G80 : 디젤/가솔린/전기 2륜, 4륜 전부, 주행거리 수천 km대

                              이토 형님들, 걍 돈 좀 더 보태서 G80 탑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