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수도의 낙서장...52 [자필]

https://etoland.co.kr/link.php?n=8324687 복사

날씨가 많이 풀렸네요.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고 봅니다.

쉽지 않았던 계절을 이겨내신 모든 분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휴일을 맞아 주식 고수를 만난 이야기 13번/26번/38번 글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적어 봅니다.

"그럼, 처음에는 어떤 종목을 주로 매수 하셨나요?" 친구가 말했다.

"아무래도 그때는 처음이니까 자칭 주식 전문가들이 추천해주는 급등주 위주로 몰빵 투자를 했었지요"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요?" 내가 물었다.

"대부부의 초보 투자자들이 경험 하듯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잔고가 반토막이 나더군요. 

그래도 깡통 계좌를 만드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합 니다"

"회장님에게도 그런 아픔이 있었군요"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에서야 편하게 얘기 하는 것이지 당시에는 처음 겪어보는 충격이라서 순간 자살까지 생각했어요.

반토막난 계좌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러다 진짜 망하는 거 아니야? 앞으로는 수익보다 일단은

망하는 것을 면하고 보자' 그렇게 기준을 세우고 나서 종목들을 살펴보니 매수할 종목이 뚜렷하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어떤 종목이 보이던 가요?" 친구가 물었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한 망하지 않을 종목들이죠. 즉, 각 업종의 대표적인 1위 업체들만 골라서 매수를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대장주들만 10개 정도를 고른 후 나머지 종목들은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쳐다도 보지 않았지요.

한마디로 잡주 취급을 했다는 말입니다"

어느새 양주 한 병이 바닥을 보이자 고수는 포장마차 아가씨에게 양주 한 병을 더 부탁했다.

초저녁부터 매상을 올려주자 포장마차 아가씨는 기분이 좋았는지 멍게/해삼/소라등이 담긴 신선한 해산물 한 접시를 

서비스로 양주와 함께 내 왔다.

고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런 다음 계좌가 복구 될때까지 일체의 투자를 하지 않고 본업에만 충실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계좌가 복구되어 있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때 만약 본전을 빨리 찾으려고 광분해서 이 종목 저 종목을 계속 사고 팔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주식 전업 투자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투자가 여의치 않을 때는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의

피난처가 필요하거든요. 주식과 관계없는 평범한 일상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잘 하셨네요. 본전은 그렇게 찾으셨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계좌를 불려 나가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친구가 말했다.

"운이 좋게도 계좌는 복구되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차트나 공개된 각종 지표 등을

아무리 살펴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마치 공개된 보물지도를 가지고 보물을 찾으러 다니는 느낌이랄까... 

힘들게 가 보았자 값 나가는 보물들은 이미 남들이 다 가져가 버리고 빈 상자에는 동전 몇 개만 남아 있었어요"

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점점 거세어 지는지 포장마차 음악소리가 파도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남들도 다 아는 공개된 보물지도가 아닌 나만의 비공개 보물지도가 절실히 필요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주식과는 전혀 관련 없는 

본업에서 우연히 실마리를 발견했 어요"

"잡화점을 하면서 뭔가를 발견했다는 말씀이세요?" 친구는 목소리를 높여 물었고 나는 고수의 말에 귀를 집중했다.

"네... 가게 한쪽 편에 동전을 모아두는 화분과 비슷하게 생긴 항아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 항아리 동전 높이가 어느 때는

높아지고, 어느 때는 낮아지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을 해 보니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올 때

지폐를 주로 들고 오면 거스름 돈을 자주 거슬러 줘야 하니까 동전 높이가 낮아지고, 반대로 동전을 주로 가지고 오면 항아리에 있는

동전 높이가 높아지고 그런 이유였습니다"

"아~ 그러니까 경기가 좋으면 돈이 밑바닥까지 풀리니까 사람들이 주로 지폐로 물건 값을 계산하고, 반대로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집에 있는 동전도 함께 들고 와서 물건 값을 계산한다는 말씀인가요?" 친구가 말했다.

"정확히 짚었어요. 역시 증권회사에 오래 근무하신 분 답네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거기서 그렇게 찾고 싶었던

나만의 보물지도를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즉, 주식 매수/매도 시점을 어느정도 확률 높게 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음... 무슨 말씀인지 감은 오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승부는 디테일에서 결정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좋은 말씀 이네요"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2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남녀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오고 나서 처음으로 들어 온 손님이었다.

잠시 포장마차 안을 둘러 보다가 여자애가 포장마차 아가씨에게 물었다.

"여긴 떡볶이 안 팔아요?"

서울 말씨였다.

그러자 포장마차 아가씨가 웃으며 대답했다.

"여긴 그런 포장마차가 아니에요~"

"이상하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도 안 팔구..." 여자애는 남자애에게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포장마차를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아~ 나도 저런 순수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그 시절로 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나도 가끔은 들 때가 있지..." 내가 응답했다.

그러자 고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며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겉모습만 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시장에 들어 왔다가

지금처럼 바로 퇴출 당하지요.

포장마차야 쟤네들처럼 아니면 그냥 나가면 되지만 주식시장은 자신의 목숨을 내 놔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끔은 가족들의 생명까지도 말이지요"

"그럼, 그걸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왜 없겠어요? 내가 지금까지 말했잖아요... 주식투자를 하되 소중한 일상을 지키면서 하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나처럼 자기만의 뭔가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뭔가를 발견하지 못하면 어떡 하지요?"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고수가 웃으며 말했다.

"뭘 어떡해요? 그럼 그냥 평범하게 살면 되지요. 인간의 대부분 문제는 일상의 평범함을 견디지 못하는 데서 나와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 자체가 위대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