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권유로 지옥을 봤는데 느낀 점이 있네요.
뭐 연출이 어떻고 연기가 어떻고 CG가 어떻고는 관심사가 아니라 생략하고요.
그간 신이 책이나 영화 같은 매체에 징벌의 대상으로 등장할 때는 대상자에게 직접 존재를 보이는 대신
자연재해나 사고와 같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빽어택을 했거덩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특이하게 그냥 징벌을 의인화시켜서 직접 저승사자를 보냅니다. ㄷㄷㄷㄷ
문제는 이 저승사자들이 희생자를 데려가기 전에 굳이 하드고어를 연출한다는 건데, 이 처참한
의식의 의미가 뭔지 몰겠어요.
나름 일벌백계같은 시사점이 있어야 되는데
희생자 대부분이 힘없고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런게
없죠.
이처럼 원칙도 없고 불필요하고 변태적인 고어취향의 징벌을 무작위로 내리는 신은 사실 악마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도 징벌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고 징벌의 주체가
악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죠.
저렇게 악마가 날뛰는데 신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
우리가 인식하는 신은 대체로 끔찍한 심판이나 징벌 보다는 은혜와 축복으로 사람들을 다스리는 존재죠.
가끔 채찍을 휘두르긴 하지만 주로 당근과 포상을 내리는 것이 신의 통치방식이고,
꼭 로또 당첨의 행운을 안겨주지 않더라도 최소한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독려해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신을 믿고 따르는 거고요.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있는게,
신이 내리는 축복도 징벌 만큼이나 랜덤하다는 겁니다.
나쁜 놈만 징벌을 받는게 아닌 것처럼 착한 사람만 축복받는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신의 중재자나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기꾼들이 넘쳐나는 거죠. 내가 신과 직접 소통하는 통로를 가진 사람이니
내 말 잘 듣고 돈 잘 바치면
너한테
신의 비밀과 축복을 주겠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후립니다.
물론 이상은 어디까지나 신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무신론자에게는
다 허망한 이야기죠. ㅋㅋㅋ
여튼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연출이 부실하고 CG 후지고 이런건 문제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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