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이걸 나는 두번의 시도끝에 다 봤다.
첫번째에선 강수연과 류경수(연구소 소장)가 소장실에서 나누는 대화씬에서 결국 GG치고 말았다.
그리고 나중에 그 이후장면부터 다시 봤다. 그리고 끝까지 다 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초반20분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 이후는 꽤 괜찮은 영화다, 이다.
전체적인 평을 좀 해보자면, 이 영화는 SF를 입힌 식파극이다. 엄마와 딸의 신파극.
혹시 신파를 싫어한다면 절대 보지 말아야 할 영화 되겠다.
신파를 대놓고 보여주니까.
그러나 신파에 대해 관대하다면, 특별히 꼬집을 흠이 별로 없다.
액션도 괜찮고, CG도 이 정도면 그다지 흠 잡을 곳이 없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이 정도면 무난하다. 복선과 떡밥 회수도 나쁘지않다.
긴장과 이완을 적당한 수준에서 조정하며 마지막에 폭발적인 액션도 선사하며 나름 괜찮은 플롯을 보여준다.
미장센 역시 뭐 이런류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이한 디자인이다.
특별함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폄훼할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신파와 상관없이 참을 수 없는 존재적 가벼움을 선사하는 구간이 있으니, 바로 그
마의 20분
이 되겠다.
이 구간에 대해서 어지간한 항마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먼저 류경수배우가 분한 연구소 소장의 그 튀다못해 거슬리기까지 한 연기를 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며 감독 연상호를 같이 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류경수는 다른 영화에서 그 정도로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와 연기력 쩐다!! 하는 연기는 아직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 상황과 배역에 어울릴만한 연기는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그 어처구니 없는 연기는 도데체 무엇인가.
난 그 연기가,
연상호감독이 주문한 연기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는 영화 속에서도 다른 배역들에게 비호감이었다.
어느 장군이 "재밌소?" 하며 냉소를 짓는다던가, 다른 연구원이 "유머는 옘병.. 지랄하고 있네" 등의 대사를 통해
연감독은 그의 개그가, 캐릭터성이 그런 무시를 받기를 원했던 것이라 유추한다.
너무 거부감이 들어서 그의 재미없는, 오버 넘치는 그 연기는 뇌리에 각인이 안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그가 사실은 회장의 도플갱어라는 사실을 관람객들에게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폭탄선언 하고 싶었던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성공했다!!!!!!
그런데 뭐?
그를 통해서 얻은 게 도데체 뭔가?
회장은 단 한 장면에서 등장하며 소장이 자신의 도플갱어라는 것을 폭로한 것 말고는 아무런 역활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장이 로봇이었다는 사실은 그 이후, 이전의 영화전개에 있어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 액션씬에서 자신이 무엇인지 깨닫은 소장로봇은 광전사로 돌변해서 최종액션씬을 보여주게 했지만,
영화전체적으로 봤을때 그 정도의 거부감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장과 소장의 관계를 암시했어야 할 이유가 도데체 무엇이 있었단 말인가???
기껏해야 회장과 유머코드가 같다는 사실 말고는 얻은 게 없잖아??
(전투AI개발 중지한다는 사실은 구지 회장이 안와도 전파할 수 있잖아?)
연구소 소장 캐릭터를 나락에 보내고,
그로 인해 영화초반 20분, 그 귀중한 시간을 항마력이 쩌는 사람만 넘을 수 있는 역대급 진입장벽으로 만들어놓은것 말고는 도데체 얻은게 없는 그 디랙팅은 연상호감독에 대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초반 액션씬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먼저 중후반, 마지막 액션씬에 대해서는 나는 관대하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로봇끼리의 액션씬이 주구장창 치고박는 격투라는게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여전히 박진감과 무게감, 사실감이 있었기에 나는 좋게 보았다.
그런데 초반 -쩡이용병과 로봇병사들간의 전투는 아무리 형용사를 뺴놓고 말하려해도 한심하기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그 전투씬을 통해서 쩡이용병이 왜 전설적인 영웅적인 용병인지를 설명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투씬을 통해서 왜 그토록 쩡이용병의 뇌를 분석하고 연구해서 쩡이용병단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설명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본 건 그냥 평범한 총격액션씬이었고....
상대가 도데체 왜 로봇병사들인지... 총 한두방 맞고 나가떨어지고 주먹과 발에 맞고 채이면 나뒹구는 정도의 로봇병사들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제로다. 물론 마지막에 나온 공각기동대의 탱크를 연상케한 4족중장비는 그런 측면을 조금 보이긴 했지만, 애초에 로봇병사들이면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총알을 수백발을 맞아도 좀비처럼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인간들을 추적하고 조여오는 전반적인 압박감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그 초반전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력을 보여주던가,
개쩌는 전략을 보여주던가,
지옥 난이도의 전투상황을 보여주던가.
내가 본 건 그냥 싸움 좀 잘하는 여자병사 하나가 인형같이 나약한 로봇들을 상대로 전투 좀 하다가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총 맞는 장면 뿐이었다.
어느 장군의 말대로, 도데체 왜 쩡이용병을 무려 40년이나 지나도록 매달려야 하는지 설득력이 제로다.
물빠진 액션과 견딜 수 없는 연기, 설득력 없는 초반20분은 정말 너무나 괴롭다.
그런 20분을 디랙팅한 연상호감독의 연출력에 정말 강력한 불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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