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날아간 대기록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R 1G
울산고려아연, 정관장천녹에 3-1로 승리

(한게임바둑=한창규 기자) 작년 말 개막 테이프를 끊은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휴식 주간 없는 논스톱 진행으로 어느덧 7라운드로 들어섰다. 8개팀이 번갈아가며 풀리그를 벌이는 전반기의 마지막 라운드이다.

7라운드는 두 경기에서 주장 대결이 성사됐고, 2명의 외국 용병이 등판한다. 8년 전쯤에 타이틀전을 벌이기도 했던 신진서 9단과 김명훈 9단이 맞서며, 랭킹 3위 변상일 9단과 4위 신민준 9단이 맞선다. 용병은 양카이원 9단과 당이페이 9단이 각각 소속팀 장고판 주자를 맡는다.

리그 4연패, 올 들어 전체기전 6연패에 빠져 있는 홍성지 9단(오른쪽)은 첫 장고판으로 이동했으나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창석 9단의 불계승.

또한 압도적 선두 원익이 7연승으로 반환점을 돌지 주목된다. 같은 승점을 형성하고 있는 울산고려아연, 수려한합천, 한국물가정보의 자리 싸움도 불 만하다.

7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울산고려아연이 정관장천녹을 3-1로 제압했다. 이번 시즌 최연소팀으로 바둑리그 3년 만에 두 경기 연속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던 울산고려아연의 폭발력이 이어졌다. 순위에서도, 최근 기세에서도 위에 있었던 울산고려아연은 4연승을 달리며 2위 자리를 단단히 했다. 

개인 3연승을 놓고 겨룬 대결에서 한상조 6단(왼쪽)이 박상진 7단에게 불계승했다. 상대전적에서도 2승2패.

변상일-신민준의 주장 대결 결과가 팀 승패를 좌우했다. 신민준 9단이 하변에서 행마가 꼬인 변상일 9단을 밀어붙이면서 압도했다.

나머지 세 판에서는 울산고려아연의 이창석 9단이 2지명 대결에서 홍성지 9단을, 4지명 한상조 6단이 후보 박상진 7단을 꺾었다. 정관장천녹은 마지막으로 끝난 판에서 김정현 9단이 문민종 7단을 상대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영봉패를 면했다.

(실전 212~218) "뭡니까, 이게. 문민종 선수 경솔하네요."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문민종 7단을 지도하기도 했던 목진석 해설자가 말했다. 있어서는 안 될 실수라는 것. 212 때 213으로 인해(214를 깜빡해서 넉점이 떨어졌다), 정규리그 20년 사상 3연속 완봉승이라는 초유의 대기록이 눈앞에서 날아갔다.

(정수) 필승지세에서 잔 실수들로 인해 조금씩 차이가 좁혀지던 국면에서 문민종 7단이 패착을 두고 말았다. 끝내기를 겸한 백△의 노림수에 흑1로 방비했으면 승률로는 99% 이상, 집수로는 1.7집 정도 우세했다.

정규시즌 20년 역사상 최초로 3연속 완봉승도 기대됐던 이번 대결은 필승지세를 유지해 나가던 문민종 7단이 99.5%의 승률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면서 무산됐다. 경솔한 착각을 범한 것. 곧바로 이마로 손이 갔다. 해설자도 놀랐고 검토실도 놀랐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9일 바둑메카의정부와 킥스가 7라운드 2경기에서 맞선다. 개별 대진은 양카이원-백현우(0:0), 김명훈-신진서(3:9), 이원영-박진솔(3:6), 박건호-김승재(3:0, 괄호 안은 상대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