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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바람’ 세진다…기업 지배구조 개선까지 요구
수정 2024-03-27 09:21 등록 2024-03-27 06:00
“인보사 사태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주가는 내리기만 합니다. 이제 회사 주인으로서 주주의 목소리를 낼 때가 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코오롱생명과학 주주 윤영기(46)씨는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참고서류’ 공시에 이렇게 적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장기투자 중이라는 그가 보유한 이 회사 주식은 241주(지분율 0.00002%).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는 “회사가 지난해 역대급 적자를 낸데다, 지난해 체결한 용역계약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직접 나서게 됐다. 독립적 감사 추천 기회 확보를 위해 사측이 추천한 감사 선임에 반대해달라”며 의결권을 자신에게 위임해달라고 다른 주주들에게 촉구했다.
윤씨처럼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수주주가 늘고 있다. 1403만명(2023년 말)에 육박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각종 플랫폼을 통해 세력화하며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주주들이 올린 의결권대리행사권유 공시는 39건이다. 2년 전(20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의결권대리행사권유 공시는 회사가 제안한 안건에 반대하는 주주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올린다. 상장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총에서 회사 쪽과 의견을 달리하는 주주들이 표 대결을 벌이기 위한 일종의 ‘선전포고’ 성격이 짙다. 매우 적극적인 형태의 주주행동이다.
주주들이 직접 주총 안건을 제안하는 사례도 늘었다. 소액주주운동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 주주제안이 이뤄진 회사는 14곳인데, 전년 대비 5배 많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실제 안건 상정까지 가기 전에 회사 쪽과 협상이 이뤄져 주주제안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실질적인 주주제안 수는 훨씬 더 많다”며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투자문화로 바뀔수록 소액주주도 지분에 비례하는 권한을 갖고 그에 따른 정당한 권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는 단순히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 그치지 않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가 최근 3년간 정기 주총을 앞두고 전자공시시스템에 접수된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참고서류를 전수 분석한 결과, 주주들이 사내·외 이사 선임이나 감사 선임 등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 제기한 회사는 2022년 15곳에서 올해 32곳으로 늘었다. 특히 독립적인 감사 선임을 요구한 사례가 많았다.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나 비위 행위 등 기업가치 훼손 행위에 대한 주주의 견제가 매서워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현금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회사는 2022년 6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지배주주에 대한 일반 주주의 견제력이 강해지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주주제안이 가결 여부를 떠나 기업 가치와 주주 권익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회사 경영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촉발시킨다”라며 “지배주주도 다른 주주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5일 글로벌 기업거버넌스 리서치업체인 딜리전트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이 77개사로 전년 대비 57% 증가하는 등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며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남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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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마트, 신용등급까지 줄줄이 강등
수정 2024-03-26 22:28 등록 2024-03-26 18:04
신용평가사들이 실적 부진에 휩싸인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6일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한 단계 낮은 ‘AA-/안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로 강등한 데 이어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선 모양새다. 신용등급 하향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회사채 발행 금리를 높이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신용등급 조정 사유로 실적 부진에 따른 이익창출력 약화와 투자자금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주력인 대형마트는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근거리·소량구매 패턴 정착 등으로 인해 업태 매력도가 저하됐고, 가양점·성수점 등 주요 점포 매각·폐점도 이익창출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온라인 부문은 지마켓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확장전략을 펼쳐왔으나 높은 경쟁 강도 아래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부진도 신용등급 조정에 영향을 줬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로 인해 지난해 사상 첫 적자(연결기준)를 냈다. 한국신용평가는 “종속법인인 신세계건설은 진행 사업장의 공사원가 상승과 대구지역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 등으로 인한 예상 손실 반영으로, 지난해 1878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진행 현장의 높은 원가율과 미분양 현장 관련 추가 손실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건설부문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밖에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재무 부담을 키운 것도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온라인 사업 부진과 과열되는 시장 경쟁 양상 등으로 단기간 내 유의적인 수준의 현금흐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위협적인 요소다. 이마트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직면해있다. 쿠팡은 지난해 이마트 매출을 앞질렀다.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 속에 이마트는 창립 후 처음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홍대선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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