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경기 부양 떠넘기는 ‘경제정책 쌍두마차’ 이주열·홍남기

출처: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905060600025&code=920100

경기 부양 떠넘기는 ‘경제정책 쌍두마차’ 이주열·홍남기
박은하 기자 [email protected]

“경기 하강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019년 3월29일) “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지적이 많이 있다.”(2019년 4월2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총재와 홍남기 부총리가 최근 상대방 영역인 ‘적극적 재정(확장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금리 인하)’을 언급하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를 기록하고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누가 풀지를 놓고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달 초 피지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및 아시아개발은행(ADB)연차총회에 동반 참석한 두 사람은 출국 전부터 엇갈린 진단을 내놓았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경제활력대책회의 후 ‘시장의 의견’을 빌려 금리 인하를 언급했다. 지난 2일에도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지역경제전망’에 담긴 권고를 인용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말했다.

반면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피지 출국 전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 지표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자간담회나 국회 출석 때마다 확장적 재정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있으니 현재로선 통화정책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보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경제부총리가 금리를 언급하는 것은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을 부른다. 이에 홍 부총리도 과거에는 금리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2차 추가경정예산’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언급한 것은 경기부양의 책임을 한은에 넘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은은 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 증대와 간신히 눌러놓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반면 빠르게 경기를 부양하고 싶은 기재부 입장에선 금리 인하가 매력적인 카드다. 추경은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반기에나 투입이 가능하지만 금리 인하에는 시장이 즉각 반응하기 때문이다. 2차 추경을 편성한다면 본예산 편성 시점과 겹치는 것도 기재부로서는 부담거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한국 정부에 “정부 당국은 재정지출을 더 확대하고 한국은행은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가져야 한다”고 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