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2055.html
거래소 이사장 “좀비기업 퇴출 추진”…공매도 재개 연내 어려울 듯
수정 2024-05-26 19:36 등록 2024-05-26 12:00
정은보 “한국 2600개 상장사…너무 많아”
“공매도 점검시스템 구축, 최소 10개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2600개 정도로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춰 많다”며 제대로 사업하지 않고 상장만 유지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상장사 수가 5500개 정도로, 국내총생산(GDP) 기준 미국이 우리보다 15배 큰 시장인데 상장사 수는 우리가 많은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이사장은 “좀비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상장을 유지하면 투자금이 계속 묶여있게 되고, 원칙에 입각한 정리가 이뤄져야 건전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 수요로 전환될 수 있다”며 “좀비기업들의 원칙에 따른 퇴출이 반드시 이뤄져야 건전한 자본시장,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퇴츨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현재 검토를 시작했다”며 “정책 당국과 협의 과정을 거쳐 상장 기업 퇴출을 원칙에 맞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거래소는 우선 코스피 시장의 상장 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 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진입(신규 상장)은 쉽고 퇴출은 어려운 현행 상장 폐지 요건을 좀비·부실기업이 조기에 퇴출될 수 있게 손볼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 이사장은 “공매도 점검 시스템을 거래소가 담당하는데, 중앙정보시스템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1년 또는 많이 단축하면 10개월 정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거래소는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 투자가로부터 매일 매도 가능 잔고와 변동 내역을 보고받고 이를 실제 호가·매매 거래 내역과 비교하는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이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진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6월 말 종료 예정인 공매도 금지 기간이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을 시시한 셈이다.
이날 거래소는 앞서 이달 초 초안을 공개했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자율 공시하라는 지침이다. 최종안은 초안에 견줘 기업의 성장성 지표에 매출액·영업이익 증가율 외에 ‘투자’를 새로 포함하고, 감사의 독립성을 보여줄 사례를 폭넓게 인정했다. 거래소가 이달 27일 전체 상장사에 공시 안내 공문을 보내면 준비된 상장사부터 공시를 시작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케이알엑스(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까지 개발하고, 이 지수와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거래소는 증시 진입 제도 합리화 방안의 하나로 인적 분할 등 기업의 쪼개기 상장 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지수·데이터 사업을 전담할 미래사업본부와 영미권 케이(K)-밸류업 마케팅 거점을 신설하는 등 기능과 조직도 강화할 계획이다.
박종오 기자 [email protected] 남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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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사회, IT·ESG·소비자·여성 전문가 ‘태부족’…경영진 견제 한계
수정 2024-05-26 14:18 등록 2024-05-26 12:00
은행권 이사회의 취약한 견제기능을 강화해 지배구조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은행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의 투명화 등 개선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모범관행) 이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각 은행이 대체로 취지에 맞게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경영승계절차와 이사회 구성 및 평가 등에 관한 사항에서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이행 시기가 불분명한 미비점이 발견됐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인 은행권은 이사회에 의한 경영진 견제 등이 중요한 과제인데, 국내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카르텔 구조와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잇따라 밝히면서, 이같은 개선 작업에 힘이 실린 바 있다.
지난해 발표된 모범관행은 △사외이사 지원조칙 및 체계 △최고경영자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 등 4개 분야에 걸쳐 총 30개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별 로드맵을 구성해 순차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되, 금융당국이 이를 점검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날 점검 결과를 보면, 각 은행은 대체로 올해 연말 이행완료를 목표로 모범관행 기준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이사회 구성과 경영승계 절차 등에서 보완 사항이 지적됐다. 먼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 미비점이 지적됐다. 국내 은행권의 사외이사 구성이 대부분 학계 인사들로 편중됐으며, 특히 정보통신(IT)·이에스지(ESG)·소비자 등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가 전혀 없는 은행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점검 대상인 8개 은행지주와 16개 은행 가운데 여성 이사가 전무한 은행이 5곳이나 되는 등 여성 이사 비율이 1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은행이 이사진에 ‘2년 임기 뒤 1년 단위 연장’이라는 단기 임기 규정을 두고 있어 경영진 견제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었다.
또 ‘셀프 연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개선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모범관행은 이사회가 미리 마련한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최고경영자 상시 후보군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의 적극적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은행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고경영자 후보에 대한 평가·검증 때 외부 전문가 활용 등 계획을 세웠으나, 세부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 보완 필요사항 등을 논의해 개선토록 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할 예정”이라며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감독업무 수행 시에도 모범관행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해 선진적인 지배구조가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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