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매운맛 라면의 강자였던 농심의 신라면 대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실적도 뚜렷한 격차가 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021년 2분기)보다 7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기준 영업이익은 2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실적에서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농심의 2분기 매출은 756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6.7% 증가했고 순이익은 280억원으로 53.4% 늘었다.
2분기의 저조한 실적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의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인해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으며 이외 유가 관련 물류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함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오히려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오뚜기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4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2분기 매출액은 7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오뚜기는 "유지류와 간편식 등 주요 제품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판관비 비중은 작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고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한 결과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라면업계 3위의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은 면 제품 브랜드 ‘불닭’의 수출 호조에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553억원, 영업이익 273억원을 거뒀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3%, 92% 증가한 수치다.
2분기 실적은 해외사업이 견인했다.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으로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거뒀다.
2분기 실적은 해외사업이 견인했다.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으로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거뒀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국과 '불닭'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며 "수출이 중국, 동남아 시장 중심에서 미주, 중동, 유럽 등으로 급속히 확산했고,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등 현지 맞춤형 제품과 불닭소스 등으로 제품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면서 밀가루가 주재료인 라면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곡물가 타격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정면으로 영향을 받게 됐으나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덜했다.
오뚜기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로 낮아 곡물가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삼양식품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불닭볶음면이 매출을 좌우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아이돌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에 팬들이 열광하면서 인기세는 고공행진이다.
삼양식품은 케이팝 아이돌의 큰 영향력에 직접 감사 인사를 보낼 정도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 16일 SBS 예능 '식자회담'에 출연해 불닭볶음면의 인기 요인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수 부회장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한다. 감사하게도 멤버 중에서 지민님이 불닭면을 즐겨 먹는 모습을 올려주셔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민은 그동안 라이브 방송 등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었고 이때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끝까지 먹는 모습이 화제가 돼 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을 먹는 '챌린지'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삼양식품은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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