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지네요.

나이는 40대 초반이 되었고 이제서야 첫 차를 사는데 겨우 겨우 고민한다는 것이 중고 520d네요.

차는 정말 갖고 싶었은데 직장 특성상 출퇴근은 대중교통이어야 하고, 집돌이라 주중-주말 외출도 잘 없고 여친도 당시엔 없었구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 G80 신차와 528i 중고도 알아보다 결국 둘 다 취소했었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연수입도 평균보다 자릿수가 다르고 숫자도 다릅니다.

주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저에게 쓰는 돈은 항상 자린고비처럼 쓰거든요. 항상 비슷한 옷, 비슷한 신발, 비슷한 스타일.

이 나이대로 차도 없이 뚜벅이로 사니까요. 주변 비슷한 직책 동료들은 전부 수입차를 탑니다.

명품도 나름 잘 알고 소비욕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중에 있는 돈의 가치가 소비성 지출로 사라지는걸 어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아직 내 집이 없고, 요즘 집값은 벌이가 남보다 좀 좋다고 막 살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큰 지출 전에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 지출을 더 어렵게 느낍니다.

그런데 작년에 저에게 일생의 빅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한건데요. 이런 저에게도 제 짝이 있었던 겁니다.

매일 뚜벅거리는 제 옆에서 같이 걸어 다니며 눈썹 한번 안찡그리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신혼을 1년쯤 보내고 최근 아내와 2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몇 일 전 임테기 2줄이 보였습니다. 아직 산부인과 가기도 전이지만..

벌써부터 머릿속이 정신이 없습니다.

파워 J라서 그런지 (INTJ입니다) 5~10년치 계획을 세우는 편인데 벌써 임신한 아내 태우고 아기 태우고 다닐 생각 하니 이제 진짜 차가 있긴 있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먼저 저렴한 국산 그랜져 중고부터 시작해 G80 중고 - 그랜져 신형 - 산타페 신형등을 봤습니다.

본 네이쳐 자린고비 성격 어디 못가는지 이 순간에도 중고차 매매 사이트부터 검색하고 있던 겁니다.

동생이 최근 둘째를 얻어 카니발을 샀는데 그건 제 스타일은 아니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예전 528i를 알아보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결국 닥신 같은 사람과 유사한 마인드가 뼛속 깊게 박혀있어서, 한 3천짜리 감가 쳐맞은 외판 뼉다구 괜찮은 중고 사서 수리비 100~500 들일 생각으로 끌고 다니면 개꿀 이득이겠다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겠는 겁니다.

결국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좀 보는데 아내도 슬쩍 보더니 중고차도 좋다고 하는겁니다. 결혼을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며 보던 매물 몇개를 보여주고 와이프도 오케이한 520d 중고를 샀습니다.

주말 임테기부터 차 구입까지 번갯불에 콩 볶듯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 평생 벌어진 이벤트들보다 요 2~3년이 훨씬 격하고 드라마틱 합니다.

매일 매일 같은 삶을 살고 그걸 추구해왔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머릿속 생각이 많아져 현재 상황을 글로 쓰면서 상황 정리를 하고 싶어 글로 써봤습니다.

이제 월요일을 시작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