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니 차갑고 향긋한 물회의 맛이 그리워집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먹거리를 주문하면 대면 거래가 아니라서 그런지 경험상 절반 정도는 실패할 확률이 있더군요.

 일요일에 주문해서 화요일에 받아 본 물회는 뚜껑을 열어 보니 양이 너무 적습니다. 손톱만큼 작고 얇게 썰어서 해삼, 멍게, 소라, 문어 숙회 등이 대여섯 점씩 들어 있고 전복이 열 점 정도, 무슨 어종인지 모를 붉으스레한 생선회 수십 점이 들어 있었고 바닥에는 잘게 썬 양배추가 대부분인 야채가 들어 있더군요. 그리고 별도의 비닐 봉지 안에 비법으로 만들었다는 육수가 들어 있었습니다. 일단 회는 냉장실에 보관해 놓고 육수는 냉동실에 보관해서 몇 시간 차갑게 해 두었다가 꺼내서 회에 빙수처럼 얼어 있는 육수를 들이붓습니다. 

 아무래도 양이 적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참외 중과 한 개를 껍질을 깎아서 씨를 버린 다음에 채를 썰고 오이 반 개와 양파 반 개도 채를 썰어서 물회를 담아 놓은 일회용 용기 위에 집어넣으니 용기가 가득 차네요. 냉동실의 얼음도 꺼내서 가득 채우니 야채가 풍성하고 차가운 물회를 먹을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그래도 올여름 들어서 처음 먹는 물회입니다. 피자두술을 한 잔 마시고 먹는 물회는 듬성듬성 섞여 있는 회를 넉넉한 양의 야채와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맛이 나네요. 참외를 채 썰어서 먹어 본 적은 처음인데 물회에 단 맛이 첨가되니 물회의 맛이 더 진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차라리 대형 마트 등지에서 해산물과 야채를 사다가 만들어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맛있게 먹었네요. 적어도 신선도는 좋더군요. 

 주전자에 가득 담은 피자두술을 다 비우니 사방이 적막한 한밤중이 됐군요. 육수와 야채만 조금씩 남은 물회를 그나마 버리기 아까워서 냉장실에 넣어 두고 그 다음날에 국수를 삶아서 역시 전날과 같은 방법으로 참외 한 개, 오이 반 개, 양파 반 개를 최대한 재주껏 얇게 썰어 넣고 매실청과 사과식초도 적당량을 부은 다음에 참기름과 통깨, 소금도 넣어서 먹습니다. 처음 해 보는 요리지만 나름 맛있군요. 내심 요리사가 따로 없다는 자화자찬까지 하게 되네요.

 아직 초여름인 6월은 그리 많이 덥지는 않죠. 본격적인 더위는 7월과 8월이죠. 추위와 더위가 극심하게 반복되는 우리나라는 그 기후의 특성 때문에 더 건강 관리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아무튼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는 섬도 많아서 풍부한 해산물을 먹기에 아주 좋은 나라죠. 그 천혜의 바다가 요즘에는 일본의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수 유출 예고로 수산 자원을 먹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적인 문제는 민족 감정으로만은 해결될 게 아님이 분명하니 주변 관련 국가들이 국제기구를 만들어서 국제적인 피해가 생기지 않게 초국가적으로 협력하고 전문가들의 첨단 지식과 첨단 과학을 총동원해서 파국을 막았으면 좋겠네요. 해류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순환하는 대양에서 내 나라의 바다만 지킬 수는 없음은 불문가지니까요. 방사능수를 바다에 유출해서 주변 국가들이 모두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UN의 중재도 신청하고 관련된 국제 협약도 만들어서 이 중차대한 문제를 냉정하고 이지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족 감정으로 해결할 문제는 절대로 아니니까요.

 바다를 낀 지역들은 역사 소설을 읽어 봐도 내륙의 지역들에 비해 부유하고 강성한 지역이 많더군요. 바다의 수산 자원들이 그 지역을 부유하고 강성하게 만들어 주게 되나 봅니다.

 하여간 바다는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의 축복이고 천혜의 자원입니다. 그 누구에게 침탈을 당해서도 안 되고 자손 대대로 소중히 지켜 나가야 할 고귀한 자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