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37년동안 살아 본 단독 주택의 장점과 단점? 저는 부산의 구도심에서 50년 정도 주택생활을 했고 도중에 일이 생겨 잠깐 2년 정도 해운대 쪽에서
아파트 생활을 해봤습니다.
1군 신축이었지만 아파트 사는 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려 마지막엔 뒤도 안 돌아 보고 팔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 살던 집으로 컴백.
그동안 몇 억이 올랐니 하는 소리를 들어도 전혀 미련이 없네요.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돈을 벌면 집을 짓는 아버지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아버지가 두 번째로 85년도에 지었는데 그 때 제법 거금을 들여 2차선 도로변에
반듯하게 3층으로 당시 유행대로 적벽돌을 두르고 집을 지었습니다.
어머니는 세를 놓자고 하였지만 아버지는 그냥 통째로 사용하도록 지었습니다.
1층은 주차장과 아버지 사무실, 2,3층은 주거용.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계속 손을 보면서 37년째 거주 중인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자유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쓰시던 사무실은 제 개인공간으로 취미생활도 하고 친구들 불러서 편하게 쉬는
장소로 사용중입니다.
1층에 전용 주차장이 있으니 아파트처럼 좋은 자리 찾아다닐 필요 없고 동선도 가깝고.
오디오가 취미라 음악을 크게 틀어도 뭐라할 사람이 없고, 가끔 베란다나 옥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앞 뒤로 여유공간이 많아 온실도 하나 만들어서 화분을 가꾸며 조명도 달고 작은 카페를 하나 꾸몄습니다.
쓰레기는 집 앞에 두면 날 맞춰서 착착 수거되고 폐지나 금속류들은 내놓으면 금방 사라집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재작년에 태양광을 설치했더니 전기세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에어컨 3대를 종일 틀었더니 8월 요금이 5만원인가 나오고 나머지달은 수신료 포함 부가세와 기본료만 나옵니다.
집이 정남향이라 가을부터 봄까지 쌓이는 전기량이 엄청납니다.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페널은 기둥을 좀 높이고 아래엔 해먹을 걸어놨더니 멋진 휴게 공간이 되었습니다.
예전엔 겨울이 와도 사용할 엄두도 못냈던 전열기도 사용하고, 다음에 차를 바꾸게 되면 전기차를 구입할 생각입니다. ㅎㅎ
주위가 모두 주택들이라 한적한 분위기가 좋고, 도심이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편안한 느낌입니다.
가끔 동래나 해운대쪽으로 가면 정신이 없더라고요.
아무튼 장점이 많지만 굳이 단점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30년 넘어가면서 주택이 노후화하면서 생기는 하자들을
직접 보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동파이프와 스테인레스 관이 설치되어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누수가 발생하면 직접 찾아내서 해결하고
가끔씩 외벽 칠도 해주고 등등 직접 처리해야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다 보니 공구를 갖춰 간단한 전기공사나 공구리
정도는 직접 할 수 있게 되고 여유공간도 꾸며보면서 일이라기보다는 집을 가꾸는 취미생활이 되어간다는 느낌입니다.
14여년 전 구식 알미늄 샷시를 시스템 창호로 바꿨더니 방음과 단열도 엄청 좋아졌습니다.
불편한 곳은 직접 개선해 나가면서 손길이 많이 닿은 곳은 개성 강한 공간이 되어 점점 더 애착이 갑니다.
가끔 집이 비었을 때 택배를 받기 불편하지만 평생 살던 동네라 근처 아는 동생 가게에 부탁을 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오래되었지만 꾸준하게 관리한 덕분에 전혀 낡아보이지 않은 상태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 가까운 신축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동네 분위기가 쳐지는 느낌이긴 합니다.
주변에 마트나 음식점이 없다고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매일 가는 곳이 아니라 전혀 불편하지 않고
지하철은 500미터쯤 떨어져 있지만 집 바로 옆 정류소가 있는 버스 노선은 다양하고 좋아서 아주 편리합니다.
그리고 한 집에 오래살다 보니 제 학생시절 교과서부터 쌓이는 물건들이 많은 편입니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며 정리정돈이
정말 중요합니다. 여기저기 안쓰는 물건 방치된 것처럼 구질구질한 모습도 없거든요.
요즘은 창고에 내려가면 뭘 버려야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가능하면 계속 이 집을 손보며 살고 싶은데 요즘 동네 재개발하자고 난리여서 앞으로 얼마나 이 집에서 살 수 있을런지
막연하게 걱정이 되네요.
재개발 분위기가 어떤지 동네 미장원에 가서 물어봤더만 비슷한 시기에 지었지만 제 때 하자 보수 하지 않고 노인들만
사는 낡은 주택들은 거의 다 재개발 찬성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우리나라 주택문화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새로 만든 좋아하는 공간 몇 곳 사진 올려봅니다.
자기소개가 없습니다.
끊어진머리끈
2022.10.02 12:46
마땅쇠
2022.10.02 14:29
혈향
2022.10.02 14:43
나루호동
2022.10.02 15:37
아디티
2022.10.02 16:32
피자호빵맨
2022.10.02 17:08
쳐다보지마
2022.10.02 18:13
갓킬러
2022.10.02 20:44
루어매니아
2022.10.02 23:14
이제차단해야지
2022.10.03 00:34
볼빤간박춘기
2022.10.03 00:54
마산앞바다
2022.10.03 01:37
카히리
2022.10.03 07:00
걸음걸이
2022.10.03 07:57
침대위의악마
2022.10.03 12:40
Perseus
2022.10.03 12:41
오리가
2022.10.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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