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투쟁’만 보이는 여당 대선 레이스

‘권력 투쟁’만 보이는 여당 대선 레이스
박홍두 기자

이재명·비이재명 경선 연기 갈등에 해묵은 계파 대결 수면 위로
비전과 정책 안 보이는 가운데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연기를 둘러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면에는 ‘이재명 대 비이재명 연합’으로 갈음되는 차기 권력 쟁탈전이 자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원칙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연기론’으로 서로 치받는 모습이지만 ‘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해묵은 당내 계파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선 주자별 미래 비전과 정책들은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집권여당이 권력 쟁투에만 매몰돼 ‘대선 내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의 민주당 내 경선 연기 논쟁은 잠잠했던 ‘계파 갈등’의 재현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대 계파이자 당내 주류인 친문계를 중심으로 한 권력 쟁투라는 분석이다.

친문계 의원들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주자들 진영에 각각 분화돼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번 논쟁이 비문 인사인 이 지사를 겨냥한 비이재명 주자들의 연합된 움직임으로 표출되자 ‘친문 대 비문’의 대결로 인식하는 시각이 나온다.

친문계가 “코로나와 야권의 경선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연기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자 이 지사 측이 “왜 1년 동안 아무 얘기 안 하다가 지금 바꾸려 하냐”고 맞받은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 지사 측에선 “지난해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지지율 1위이고 이 지사가 2위였을 때에는 친문계 좌장 이해찬 전 대표가 ‘대선 180일 전 경선 실시’를 당헌·당규로 정했는데 당시엔 이 규정을 받아들였다가 최근에 와서야 반발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냐”고 따지고 있다. 이번 논쟁을 계파 갈등의 측면에서 해석한 것이다.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다 보니 상당수 의원들은 아직까지 ‘갈 곳’을 찾지 않은 채 관망하는 분위기다. 계파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는 상황을 애써 피하는 것을 선택한 쪽이다. 대선 주자 캠프에 ‘이름만 올려놓거나’ ‘양다리를 걸친 경우’ ‘당 후보가 결정되면 활동하겠다는 경우’ 등이다.

일부 의원들은 ‘제3후보론’의 기대도 놓지 않는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출마하지 않으면서 완벽히 ‘친문 후보’라고 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 지사 외에 다른 후보를 찾는 모습이다. 친문 다음으로 큰 세력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친문계와 민평련계 의원 일부는 제3후보 등장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경선 연기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내부 갈등으로 인해 연기가 되든 안 되든 향후 대선 본선을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갈등 양상이 치열해질수록 상처가 커져 화학적 결합이 잘되겠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전 상황으로까지 비치는 부분에 대해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자별로 연일 경선 연기를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정책과 비전은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은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부동산 민심과 20·30대 청년층의 민심 이반이라는 과제가 쌓여 있는데 지금 상황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것이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지 각 주자가 숙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