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없는 사람' '메이저 언론'..말 속에 드러난 약자 경시

윤석열, '없는 사람' '메이저 언론'..말 속에 드러난 약자 경시 2021.9.9. 머니투데이

https://news.v.daum.net/v/20210909111101169?x_trkm=t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또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자신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메이저 언론'이 아니라며 폄하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특권의식이 보였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과거 '120시간 근무'와 '부정식품' 발언에 이어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미숙한 인식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는 말을 했다. 이는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를 폄하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윤 전 총장은 제보자를 겨냥해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 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송파갑 김웅 후보를 통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윤 전 총장은 뉴스버스가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이 아니므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발언은 즉각 반발을 샀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인터넷 매체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정치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솔직히 말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 대선 경쟁자인 하태경 의원도 9일 페이스북에 "메이저든 마이너든 모든 언론은 어떤 사안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하고 의혹을 제기할 자유가 있다"며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언론들에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유명하지 않은 마이너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폄하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소수자나 상대적 약자들에 대한 미숙한 인식은 과거 그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노동자의 일하는 환경 등 노동 현안에 대한 공부가 전혀 안 돼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윤 전 총장은 가난한 사람들은 질 낮은 음식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인용하며 "정말 먹으면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정부의 과도한 식품 규제와 단속을 비판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른바 '부정식품' 발언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선택의 자유를 이유로 힘없는 사람들의 건강권을 경시해도 된다는 충격적인 인식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당내 대선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런 사고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10조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34조와 위배되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