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솔직히 우원식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저 자리에 김진표나 이낙연이나 박용진 같은 사람이 앉은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닙니다.
대의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내 생각과 의지와 바람을 대신 이루어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에게 투표하고, 과연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이상일 뿐이고, 실상은 선거가 끝나는 즉시 당선자들이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의 귀족이 되어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게 동서고금 모든 대의민주주의의 현실일 것입니다.
심지어 뽑을 후보가 이미 정해져서 내려오게 마련입니다.
내가 아무리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도 중국집에 들어간 이상 짬뽕과 짜장면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번 총선은 공천 단계에서 민의가 아주 강력하게 반영되었고, 이건 정말 위대한 업적이었다고 믿습니다.
지혜로우신 정치가 나으리들께서 우매한 백성을 가르치고 이끌어주셔야 하는 시대가 이제 아니니까요.
우매한 백성들의 지지를 원한다면 국짐처럼 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내가 지지하는 진영의 후보들까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을 표방했다면,
공천된 후보들은 당선된 다음에 어떻게 해달라는 요구까지 이미 전달받고 시작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솔직히 추미애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신뢰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여론조사 등으로 볼 때, "국회의장 추미애"는 분명히 공천 단계에서부터 민주당 지지자들의 거의 공식적인 민의였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결과가 어쨌건 선수기용을 팬들이 투표로 정하는 올스타전 같은 겁니다.
물론 그 결과가 항상 최선은 아니겠죠.
대중의 판단이 전문가들의 판단보다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어리석은 결정이라도 대중이 원하면 해야 되는 게 민주주의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 저 돼지잖아요?
우원식이 국회의장이 된 건 그가 적합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 선택이 민의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민주당원들은 분명 나 대신 싸워줄 국회의 대표로 추미애를 원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원들이 원하는대로 행동해줄 것이라 믿고 뽑은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자기들만의 귀족정치를 재개했다는 게 화가 나는 겁니다.
이번 공천의 모토 중 하나는 "협치 꺼져" 아니었습니까?
좌우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에서 왜 상식과 비상식의 중간 지점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게 민의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저 잘난 국회의원 나으리들께서 "너희 우매한 백성들이 뭘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니 우리에게 맡겨라" 하고 또 지들 맘대로 하기 시작하는 거,
그게 열받는 겁니다.
민주주의 선거는 윗사람이 아니라 아랫사람을 뽑는 겁니다.
"우원식도 괜찮다",
"다들 몰라서 그렇지 우원식이 추미애보다 낫다",
"민주당을 믿고 기다려라"
결과가 어떻건간에, 현시점에서 이런 얘기들은 민주정보다 귀족정을 더 긍정하는 말로 들립니다.
저 역시 우원식이 잘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지만,
우원식이 잘하건 못하건간에 우리가 뽑은 아랫것들이 윗전 말씀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사실과는 별개입니다.
지금 어느 지점에 화를 내야하고 고쳐야 하는지는 절대로 잊어서도, 입을 다물고 있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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