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나라의 황제 문제는 금원(호랑이 등을 방사한 동물원)의 호랑이 우리를 시찰하였는데...
그가 금원의 책임자에게 등록된 각종 동물이 얼마나 되는지 묻자
책임자는 멀뚱거리고만 있을 뿐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고 해...
* 또한 주위에 있던 십여 명의 관리들도 모두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였다고 함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어느 말단 관리가 허둥지둥하는 책임자의 모습을 보고는 문제의 물음에 얼른 대답해 책임자를 곤경에서 구해주는데...
황제는 말단 관리가 막힘없이 대답을 하자 다시 그에게 금원의 동물 등록 상황을 물어보았어
이는 그 말단 관리의 재능을 살펴보기 위함이었고...
그때에도 말단 관리의 대답의 막힘이 없었다고 해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황제는
관리라면 응당 그 말단 관리 같아야 한다고 여기고 궁궐 후원의 책임자는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그는 조서를 내려 말단 관리를 금원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발탁하고
장석지에게 그 일을 집행하도록 하였어
그러자 장석지는 문제에게 강후 주발은 황제가 보기에 어떤 사람인지 물었는데...
황제가 그는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고 대답했고...
장석지는 또다시 동양후 장상여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는데...
문제는 역시나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고 대답하였지...
그러자 장석지는 폭풍과 같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주발과 장상여는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그들처럼 덕망 높은 이들도 제대로 설명을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 말단 관리의 번지르르한 말재주를 본받으라 하시는 것입니까? 진나라 왕조가 철저하게 무너지는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해대는 사람을 사람을 즐겨 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의 말은 대개 내실이 없습니다. 황제가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해서 황제가 조정의 과실을 해결하지 못하게 하고 결국 나라를 멸망으로 이끕니다. 지금 페하께서 파격적으로 이 말단 관리를 발탁한 것은 그저 그가 말솜씨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 일을 듣고 그대로 따라 진정한 능력을 무시하고 언변만 연습해서 발탁될 기회를 얻으려 할까 걱정됩니다. 그리고 말단 관리들이 그대로 따른다면 이런 좋지 않은 기풍이 조정에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페하께서는 군주로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반드시 신중을 기하기 바랍니다"
그러자 황제는 그의 말에 일라기 있다 여기고 말단 관리를 발탁하려고 했던 생각을 접었으며
황궁으로 돌아올 때 장석지와 같은 수레를 타면서 그에게 진나라 정치의 페단에 대해 물었고
장석지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였는데
궁으로 돌아온 뒤 문제는 조서를 내려 그를 공거령에 등용하였다고 함
자치통감은 마치 이 일을 미담처럼 다루는데...
장석지 본인도 10년동안 기랑이라는 관직에 머물자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인물로
승진에 대한 세속적 욕구가 강하였던 인물이었어...
* 그리고 유능한 실무자였던 말단 관리의 승진 기회를 뺏고... 본인은 말빨로 승진한...
* 물론 장석지도 나름의 장점은 있어서 유교적 관점에서 볼 때 황제에게 바른 말을 잘하는 인물이었다고는 하고...
* 유학자 사마광은 이 일화를 장석지의 '대쪽같은 모습'의 사례로 긍정평가하며 소개하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장석지야 말로 능력있는 실무자를 덕과 같은 추상적 기준으로 짓밟는 '말빨'로 자신이 승진하는 좋게 보기 힘든 모습;;;
* 이런 식으로 전근대 사회에서 유학적 인사들의 등쌀에 능력을 펴지 못한 뛰어난 실무자들의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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